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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중대재해 때 ‘동일 작업’만 중지…“재해예방 가로막는 핵심 문제”

등록 2020-08-25 15:24수정 2020-08-25 17:13

올 1월 산안법 개정으로 작업중지 조건
’사고 발생과 동일한 작업’으로 한정돼
노동자 38명이 희생된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현장에 지난 5월3일 오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이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노동자 38명이 희생된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장 화재 현장에 지난 5월3일 오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이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5월13일 강원 삼척시의 삼표시멘트에서 정비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 ㄱ씨가 ’6호기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졌다. 현장에 나온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은 이 6호기에 한정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6호기와 똑같은 7호기에는 뒤늦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지만, 사고 원인이 밝혀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하루 만에 작업중지를 해제했다.

이는 지난 1월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이 시행되면서 작업중지의 조건을 ‘사고 작업과 동일한 작업’으로 한정한 데 따른 것이다. 그 전까지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노동부 지침에 근거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는데, 고 김용균씨의 사고 이후 산안법을 개정하면서 이를 법에 명시했다. 하지만 작업을 ‘전면 중지’시켰던 과거와 달리 ‘동일한 작업’으로 제한해 노동자 안전은 오히려 퇴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공개한 올 상반기 중대재해 사례를 보면, 이 조항이 구조적으로 존재하는 사고 위험을 막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2월22일 현대중공업 엘엔지선(액화천연가스 운송선) 탱크 내 작업용 발판(트러스)을 설치하던 ㄴ씨는 21m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추락 방지를 위한 안전그물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 등이 드러났지만, 당시 노동부(울산지청)는 ’트러스 조립 작업’에 한해서만 작업중지를 명령했다. ‘사고 작업과 동일한 작업’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관건이었는데, 노동부는 트러스 위에서 이뤄지는 다른 작업은 ‘동일 작업’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4월21일 현대중공업 도장 7공장에선 작업하던 ㄷ씨가 빅도어(선박 블록이 오가는 대형 출입문) 사이에 끼어 목숨을 잃었다. 이 빅도어에는 사람이 접근하거나 끼어도 작동이 멈추는 센서조차 설치되지 않았다. 이것과 설계와 작동방식이 같았던 빅도어 수십여 곳 가운데 7공장 빅도어에 대해서만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현황’을 보면 산업재해 사망자는 2017년 1957명, 2018년 2142명, 지난해 2020명 등이다. 지난 4월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건으로 38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는 등으로 인해 올해 산업재해 사망자도 이전보다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벌써 나오고 있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 발생한 사업장은 사고 발생 공정(설비)뿐 아니라 전반적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과 유해·위험요인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산재 사망자 수 절반으로 줄이기’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중대재해 발생 시 작업중지 범위의 개악과 후퇴는 노동 현장의 재해 예방을 가로막는 핵심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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