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10시30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엘지(LG)트윈타워 앞에서 ‘노조와해 부당노동행위 엘지 측 고소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준희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엘지(LG)트윈타워 건물관리업체와 청소용역업체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원청과 하청업체가 공모해 노조파괴 공작을 펼쳤다는 주장이다. 앞서 회사 쪽은 근로감독관의 불법 대체인력 조사를 방해한 사실도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6일 공공운수노조는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과 지수아이앤씨, 백상기업을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엘지 계열사로 트윈타워 건물관리를 맡고 있다. 지수아이앤씨는 옛 청소용역업체, 백상기업은 새 청소용역업체다.
노조는 이들 업체가 공모해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노조는 △회사가 파업 중 대체인력을 투입한 점 △의도적으로 단체협약 체결 등을 무산시킨 점 △조합원과 상급단체 간부의 직장 출입을 막은 점 △조합원에게 위로금을 제시하며 사직서 서명을 요구한 점 △용역업체 변경 때도 고용은 승계되는 관행에 반해 집단해고를 감행한 점 등이 모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81조 위반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엘지트윈타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부의 엄정 수사와 원청인 엘지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집회에 참석한 류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는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부당노동행위 재판 때 삼성 고위 임원들도 범죄 혐의가 인정돼 처벌받았다. 엘지도 명예를 지키고 처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고용승계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노조는 전날 회사가 제안한 전환배치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류한승 공공운수노조 조직부장은 “수많은 청소노동자 중 지금 일하는 건물이 아닌 다른 건물에서 일하는 게 고용승계라고 이야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분산 배치는 노동자를 고립시켜 노조를 없애겠다는 생각에서만 나올 수 있는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후 입장문을 내 “회사의 ‘고용유지 제안’을 노조가 거부했다는 기사가 노조에 확인전화 한 번 없이 나오고 있다. 기존 인력 승계는 청소용역업의 표준 절차이고 관행이다. 전환배치는 고용승계가 아닌 일자리 알선”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2일 밤 10시께 지수아이앤씨 관리자 최아무개씨(오른쪽)가 근로감독관의 협조요청을 무시한 채 이동하고 있다. 이준희 기자
회사 쪽은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방해한 전력도 있다. 지난달 22일 밤 10시께, 노조 신고를 받고 파업 중 불법 대체인력 투입 여부를 조사하러 온 근로감독관은 트윈타워 보안요원들에게 막혀 대체인력이 일하는 동관 빌딩에 들어가지 못했다. 신분증을 제시하고 방문 목적을 여러차례 밝혔으나 보안요원들은 동관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그사이 대체인력 인솔자로 포착된 지수아이앤씨 관리자 최아무개씨가 도망치려다 발각돼 실랑이 끝에 조사를 받는 일도 있었다. 김형규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근로기준법상 사법경찰관 권한을 가진 근로감독관 조사를 방해하는 것은 범죄현장을 수사하는 경찰관을 방해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지수아이앤씨는 “(근로감독 방해는) 사실이 아니다. 책임자 동석하에 조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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