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후긴급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후·노동·인권 악당 포스코 규탄대회’를 열고 발언을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35년 동안 포스코에서 일한 노동자에게 발병한 폐암이 16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됐다. 지난해 12월 첫 산업재해 인정에 이어 포스코 노동자의 폐암이 산재로 인정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17일 근로복지공단과 해당 노동자 산재신청 사건 대리인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근로복지공단 여수지사는 포스코 포항공장, 광양공장 화성부 선탄계 수송반 등에서 35년 동안 근무한 노동자 ㄱ씨의 폐암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통지했다.
ㄱ씨는 1983년부터 포스코에 입사해 근무하다 2016년 8월 폐암 진단을 받고 지난해 12월 산재신청을 했다. ㄱ씨의 업무상 질병판정서를 보면, 지난 11일 열린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질병판정위)는 국제암연구소가 폐암 발암물질로 분류한 석면, 비소, 니켈 화합물, 결정형 유리규산, 디젤엔진 연소물질 등이 포스코 노동현장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질병판정위는 “신청인은 코크스오븐 공정에서 석탄 수송, 건류, 소화 등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코크스 가스, 결정형유리규산 분진,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등에 장기간 노출되었다고 판단되며, 유해물질 노출 수준이 발암에 충분한 양과 기간으로 인정할 수 있으므로 신청 상병과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은 별도의 역학조사 없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됐다. 업무와 질병의 인과관계가 명확한 만큼 역학조사가 생략된 것이다. ㄱ씨 대리인 쪽 설명을 보면, 포스코는 ㄱ씨의 산재가 근무환경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흡연 등 생활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또 포스코는 작업환경 측정결과 법적 노출 기준 이하로 안전한 사업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질병판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ㄱ씨의 사례는 전체 포스코 노동자의 직업성 암 산재 인정으로는 5번째이고, 폐암으로는 두번째 사건이다. 지난해 12월 한 포스코 노동자의 폐암도 산재로 인정받은 사실이 이날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다른 세 건은 2017년 인정된 다발성골수종 1건, 2017년과 2018년 인정된 악성중피종 2건이다. 지난달에는 29년 동안 포항제철소에서 코크스 공장 선탄계 수송반에서 일한 정아무개씨에게 발병한 특발성폐섬유화증이 산재로 인정되기도 했다.
ㄱ씨 사건을 대리한 권동희 노무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는 “국내 최대 규모의 제철 기업인 포스코 노동자의 폐암 인정이 두번째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며 “포스코의 폐쇄적인 기업문화 및 배타적 노무관리가 사실상 산재 은폐로 이어진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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