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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OECD 아닌 아시아 자료로…재계 “최저임금 최고 수준” 공세

등록 2021-05-11 18:53수정 2021-05-12 02:44

전경련 “인상률·절대액 아시아 1위”
내년치 논의 앞두고 아전인수 주장
노동계 “나라별 집계 기준 다르고
라오스·캄보디아 등 경제규모 작아”
그동안 OECD 국가 기준으로 비교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꼴찌수준”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자대학교 앞에서 최저임금위원회 권순원 공익위원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본격적인 논의를 앞두고 재계가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아시아 18개국과 견준 자료를 들고나와 본격 공세를 시작했다. 노동계와 학계는 국가마다 산정기준이 다르고 경제 규모에서 차이가 큰 아시아권 국가와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1일 ‘2011~2020년 아시아 18개국 최저임금 변화 비교’ 자료를 내어 “한국의 최저임금 인상률 및 절대 수준 모두 아시아 지역 1위”라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국제노동기구(ILO) 등 글로벌 노동 통계를 기초로 아시아 18개국의 최저임금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16~2020년 한국의 최저임금 연평균 인상률이 9.2%로 1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전경련의 설명을 보면, 2019년 현재 한국의 최저임금 절대액은 구매력 기준(PPP) 월 2096달러, 달러 환산 1498달러(한화 약167만원)로 18개국 중 3위 수준이다. 전경련은 한국보다 높은 오스트레일리아(구매력 기준 2232달러, 달러 환산 2166달러), 뉴질랜드(2021달러, 2126달러)는 제조업 비중이 낮아 한국을 사실상 1위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전경련 자료에서 일본의 최저임금은 구매력 기준 1256달러, 달러 환산 1348달러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학계에선 전경련의 주장이 사안을 왜곡할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우선 아시아 18개국의 경우 나라별로 최저임금 결정 시스템과 산입범위 등 집계 기준에서 차이가 있어 하나의 동일한 최저임금 기준을 가진 한국과 수평 비교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경은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시아 국가들은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각각 다르다”며 “일본과 중국의 경우 지역별 최저임금제도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전경련이 아시아 18개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으면서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등 한국과 경제 규모가 차이가 있는 나라들까지 비교 대상으로 올린 점도 문제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병유 한신대 교수(경제학)는 “경제 규모도 그렇고 경제적 능력을 기준으로 볼 때 아시아 국가 간 비교는 적절하지 않다”며 “편리한 기준에 통계를 맞춘 거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경련이 국가 간 최저임금 인상률만 놓고 비교한 것도 적절하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전경련이 구매력 기준 최저임금을 집계하며 ‘제조업 비중’이 한국과 다르다는 이유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순위에서 제외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황선웅 부경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령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이 국내총생산은 다른 나라에 견줘 적게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 최저임금은 올리지 않은 거로도 볼 수 있다”며 “최저임금은 그렇게 나라 간 단순 비교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최저임금 비교는 아시아가 아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오이시디) 국가를 기준으로 이뤄져 왔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한국이 오이시디 국가 가운데 오히려 최저임금이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민주노동연구원의 설명을 보면, 2019년 통상임금 기준 한국의 5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 평균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34.5%였다. 연방 최저임금자료만 공개한 미국을 제외하고 2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중위임금으로 계산해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해 5인 이상 사업체 정규직의 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은 44.2%로, 미국과 체코(42.9%), 에스토니아(43.3%), 일본(43.6%)을 제외하고 가장 낮았다. 이는 일본이 오이시디에 보고하는 집계 기준에 따라 한국 통계를 다시 산출한 결과다. 한국 정부는 오이시디에 1인 이상 사업체 노동자를 기준으로 조사한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 결과를 보고한다. 반면 일본은 5인 이상, 유럽연합은 10인 이상 사업체를 기준으로 조사한 값을 보고한다. 한국은 유럽·일본에 견줘 평균·중위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중이 높게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 일본의 기준에 따라 다시 통계를 낸 것이다.

하지만 전경련은 앞선 자료들을 근거로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대부분의 국가가 최저임금을 동결했다”며 한국도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고, 산입범위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노총은 이날 반박 자료를 내어 “독일은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과 락다운을 경험했음에도 최저임금을 2년간 1.1유로(1483원) 인상했다”며 “영국,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도 락다운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에도 최저임금을 인상한 바 있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반박했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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