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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후배라도 나이 많으면 ‘언니·오빠’…선후배관계 흐려져

등록 2006-10-17 18:55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경쟁 인식 탓에 선후배관계 흐려져
대학별곡 /

지금 대학에는 선배도 후배도 없다. 언니, 오빠와 동생만 있다.

ㄱ대 한국사학과 4학년 ㅎ씨. 그는 흔히 말하는 대입 장수생이다. 수능을 세 번 본 까닭에 2002년 입학 때 이미 22살이었다. 나이 어린 선배들에게도 깍듯하게 대했고 동기들과 친구처럼 어울렸다. 그의 친구들은 “언니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지만 그로 인해 불편했던 적은 없다”며 “우리는 좋은 친구”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같은 학번 후배들끼리 서로 형, 언니 하며 존대를 하거나 가끔 학번이 더 높은 후배가 신입생에게 오빠, 누나 하며 존대를 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한다. 그는 “선배라는 호칭은 먼저 대학생활을 경험한 사람에 대한 당연한 우대”라며 “대학에서의 선후배 관계가 다 무너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대학에서 학번보다 나이를 중시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이진이(명지대 사진학과 4학년)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후배라도 언니, 오빠라고 부른다. 그는 “선배라고 해도 한두 해 빠를 뿐인데 나이로 호칭을 정하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체 입학생의 절반 이상이 재수생이고 삼수생도 많은 교육대학은 더하다. 하진희(서울교대 과학교육과 2학년)씨는 “사회에 나가면 어차피 다 같은 선생님인데 나이가 적은데도 선배라고 반말하면 기분이 나쁘다”며 “나이가 어려도 선배라고 부를 수는 있지만, 선배들이 나이가 많은 후배들에게 걸맞은 호칭을 사용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구교령(영상이론과 4학년)씨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후배에게 ‘-씨’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물론 친해지면 언니, 오빠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실 선배라는 호칭이 사라지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선후배라는 인간관계 자체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성호(고려대 국문과 대학원)씨는 “학부제와 상대평가, 취업난 속에서 선후배라기보다는 경쟁 관계로 서로를 인식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추측했다. 선배들에게는 늘 깍듯했고 그만큼 사랑받았던 ㅎ씨도 “지금 같은 상황 속에서 후배에게 해 줄 일이 없고, 있다 해도 그럴 여유가 없다”며 “선배로서의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무한경쟁시대에 살고 있는 대학생.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 앞에서는 선배도 후배도 모두 경쟁상대에 불과하다. 나이와 학번, 무엇이 우선인지 따지기 전에 잃어버린 인간관계를 찾는 것이 더 시급하다.


조은경/〈고대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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