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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혈혈단신 탈북…외로움에 난치병 무게까지

등록 2006-11-10 19:50

지난2일 김씨가 잠시 머물고 있는 평택의 한 아파트 베란다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다칠까봐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지난2일 김씨가 잠시 머물고 있는 평택의 한 아파트 베란다 바깥을 쳐다보고 있다. 그는 북한에 있는 가족들이 다칠까봐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길 원치 않았다.
21살 젊은이의 고단한 삶

그의 고향은 백두산이 바로 올려다 보이는 양강도 삼지연군. 천지에는 한번도 가보지 못했지만 어릴 적 친구들과 백두산 자락에서 콩깍지를 구워먹으며 놀던 기억이 선명하다. 김경승(21·가명)씨. 4남1녀 가운데 셋째인 그가 두 동생을 갖게 된 까닭도 북쪽 생활의 단면을 보여준다. 어머니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출산을 하면 몸이 좋아진다”는 ‘처방’을 내려 동생을 낳았는데, 그래도 차도가 없어 또 한명을 낳았더니 거짓말처럼 몸이 좋아졌단다.

그의 운명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 건 삶의 곤궁함에 눈뜨기도 전인 열세살 때였다. 1998년 겨울, 중국을 오가며 밀수를 하던 아버지가 당국에 적발돼 밑천을 다 뺏겼다. “중국으로 가자.” 아버지에 이끌려 일곱 식구는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밀고를 했는지 안전원에 붙들렸고 온 가족은 수용시설에 갇혔다. 이듬해 김씨는 아버지와 단 둘이 탈출해 중국으로 건너갔다. 톈진, 베이징, 칭다오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 정착한 선양의 한 농촌 마을에서 돈을 조금 모은 아버지는 “네 엄마 찾으러 가야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북으로 갔다.

김씨는 혼자 톈진으로 가서 북한에서 온 또래들과 지냈다. 낮엔 구걸을 하고 저녁엔 비디오방 같은 ‘록상청’이나 사우나에서 잤다. 그러나 이 얄팍한 평화도 짧았다. 2001년 봄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한의 무산 근처 ‘숙박소’로 보내졌다. 그 곳은 원래 고아들을 키우는 곳이었지만, 구걸하는 생활은 여전했다. “남한 사람들이 흔히 얘기하는 꽃제비 생활이었지요.”

그해 겨울 김씨는 “중국으로 가고 싶다”는 아이들 4명과 다시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넜다. 거기서 다시 걷거나 배를 얻어 타고 칭다오로 갔다. 구두닦이를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며 지내던 중 2003년 남한 선교단체의 소개로 몽골을 거쳐 남한에 들어왔다.

길고 고단했던 삶의 끝인가 싶었다. 새터민을 위한 교육시설인 하늘꿈학교에서 검정고시를 마치고 올해는 서울의 한 대학 법학과에 특례입학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온 몸이 가렵고 쉽게 피로해졌다. 진단 결과는 청천벽력 같았다. ‘재생불량성빈혈.’ 골수이식이 유일한 치료법이지만 수술비 1억원은 그에게 터무니없이 큰 돈이다.

천신만고끝 대학 들어갔는데 재생불량성빈혈이라니…수술비 1억 엄두도 못내
가족들 혹시 선양에 있을까, 한번 가보고 싶은데…

김씨는 현재 휴학을 하고 경기 평택에 있는 한 새터민 형의 집에서 쉬고 있다. 치료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려움증을 가라앉히는 약만 먹을 뿐이다. 식구들 소식을 전혀 모르는 그는 “아버지와 함께 있던 선양의 마을에 혹시 가족들이 와 있는지 한번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 새터민 지원단체인 무지개청소년센터는 지난 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에서 열린 ‘남북청소년 하나되기-얼싸안고’ 축제에서 김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소개하고 헌혈 행사를 벌였다. 이 센터의 윤상석 팀장은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아 경승씨의 건강 상태를 자세히 파악한 뒤 지속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02)733-7587~8.

글·사진 평택/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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