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근·강기나씨
박진근·강기나씨, 생면부지 남에게 신장기증
같은 날 동시에 남에게 생명을 나눠주는 부부가 있다. 10일 서울 아산병원에서 신장을 기증하는 박진근(53·왼쪽·전북 전주시 덕진구 반월동), 강기나(48·오른쪽)씨. 이날 수술을 통해 남편 박씨는 52살의 남성 박아무개씨에게, 부인 강씨는 26살의 청년 고아무개씨에게 새 생명을 전해 준다. 부부의 나눔을 계기로, 박씨에게서 신장을 받은 또다른 박씨의 아내 이아무개씨도 이튿날인 11일 45살 김아무개씨에게 신장을 건네준다. 모두 세 명이 투석의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얻는 것이다. 박씨 부부가 장기 기증을 결심한 것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우연히 신문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대한 기사를 읽은 박씨는 아내와 기사를 나눠 읽으며 동참하기로 결정했고, 즉시 시신 기증과 사후 장기기증을 서약했다. 아이들이 좀 더 자라면 언젠가 생존 때 장기 기증에도 참여하자고 뜻을 모았다. 그러나 바쁜 일상생활에 밀려 시간은 훌쩍 지나갔고, 약속도 잊혀져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봄 부부가 다니던 전주의 교회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순회예배가 열렸다. 주일예배에 참석한 박씨 부부에게 ‘장기기증 서약식’이라는 단어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부부는 “이제 실천할 때가 됐음을 깨달았다.” 두 사람은 곧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신장 기증을 약속했고, 13번째로 부부 공동 기증인이 됐다. 부부는 본래 수술 날짜는 달랐다. 부인은 지난해 10월께 수술할 예정이었고, 의료기판매상을 하면서 신학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인 남편은 겨울방학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차 검사 결과, 강씨가 혈압이 높게 나와 재검사를 받는 바람에 수술 일정이 뒤로 밀렸고, 부부는 같은 날 나란히 수술을 받게 됐다. “수술이 두렵지 않냐”는 질문에 박씨 부부는 “건강하고 튼튼한 몸을 주신 하느님의 사랑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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