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아는 분 가족을 초대해서 저녁밥을 함께 먹는데 아무개 아빠가 자꾸 집 안을 두리번거리며 본다. 그러더니 “텔레비전이 없네?”라고 한다. 나는 얼른 답했다. “그래도 신문은 봅니다.” 우리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다. 외국에서 만난 아내와 한국에 와서 살림을 차린 지 반 년이 다 되가는데 처음부터 장만하지를 않았다. 텔레비전을 너무 자주 보면 가족과 단절이 될 것 같아서였다.
텔레비전을 안 보니까 시간이 많아졌다. 그 시간에 아내와 그리고 갓 태어난 아기와 함께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됐다. 먼저 노래를 함께 부르기 시작했다. 아내는 노래 ‘개똥벌레’를 좋아한다. 요즘 같은 계절에는 이원수의 시에 백창우가 곡을 붙인 ‘봄은 언제 오나요’를 부르면 참 운치가 난다. 아기도 웅얼거린다.
어떤 때는 밥상을 펴 놓고 편지를 쓸 수 있다. 이메일도 쓰기는 하지만 좀 건조하다는 느낌이 든다. 서울에서 지방으로 편지를 보내면 2~3일, 외국으로 보내면 1~2주가 걸리는데 순식간에 이메일로 보내고 나면 기다리는 맛을 잃어가는 것 같다. 밥상 펴 놓은 김에 카드놀이나 돈 안 거는 고스톱도 치면 재미있다.
그리고 함께 동네 산책을 갈 수 있다.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어르신들에게 인사하면 아주 반가워하신다. 동네 구멍가게에 들려서 두부나 계란 같은 것들을 사면서 얘기를 나누다보면 덤도 주신다. 우리 집도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사야 할 때면 마트에서 물건을 산다. 하지만 마트 계산대 앞에 서자면 빨리 계산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마음이 급해진다.
만약 동네 슈퍼 아줌마가 안 계시면, 신문 배달 총각 같은 이웃이 없으면 우리 도시인들은 외로워서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텔레비전 반대론자는 아니다. 그걸로 생활하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지만 가끔 텔레비전을 멀리 하면 이웃들이, 친구들이 더 가까워진다.
원충연/ 서울시 성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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