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젓가락집과 면생리대를 만들고 있는 김영준씨. 컵, 젓가락, 손수건을 늘 갖고 다니는 ‘센스’ 있는 환경지킴이인 엄마를 따라 아들도 패스트푸드를 먹지 않고 세제를 덜 쓰게 됐다고 한다.
■ ‘환경 지킴이’ 춘천여성민우회
면생리대 쓰기, 세제 대신 친환경 수세미 쓰기, 샤워 덜하기, 차 두고 걷기…, 생활을 바꾸면 세상이 바뀌잖아요. 기꺼운 불편 여러분도 함께해요. 일단, 요것부터 실천해 볼까요? 김영준(45·여)씨는 요즘 외출할 때 직접 만든 손가방을 들고 다닌다. 가방 안에는 컵과 젓가락, 그리고 손수건이 들어 있다. 일회용품을 되도록 덜 쓰려는 뜻이다. 남들이 아무 생각 없이 종이컵에 커피를 타 먹을 때, 가방에서 컵을 꺼내면 사람들의 눈길이 확 쏠린다.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 해서요.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이 너무 싸서 손쉽게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실천하지요.” 쓰레기를 줄이려고 면생리대도 직접 만들어 쓴다. 3년 전부터 춘천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해온 김씨와 동생(김영옥)을 두고 동료 회원들은 ‘피자매’라고 부른다. 행사 때마다 80여개씩 면생리대를 꿰매 홍보용으로 선보이고 판매도 했다. 천을 주문하고, 본을 대어 자르고, 뒤집고, 꿰매길 반복하는 일은 물론 번거롭다. 그래도 김씨는 “머리가 복잡할 때 바느질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했다. 가족들도 많이 바뀌었다. 9살짜리 아들은 엄마의 설득으로 햄버거, 피자 같은 정크푸드 먹기를 그쳤다. 온 가족이 매일 하던 샤워도 며칠에 한번으로 줄였다. 김씨는 “뭔가 덜 쓰고 덜 버리는 대신 스스로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 늘었다”며 “예전엔 지역경제 발전이나 남만큼 잘 사는 일에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개발보다 환경에 저절로 생각이 간다”고 했다. 어느새 ‘환경 지킴이’가 된 김씨처럼 춘천여성민우회 회원들은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다양하게 찾아 해왔다. 한달에 한번 모이는 회원 모임 ‘삼색모람’에서 화학약품을 넣지 않은 천연화장품을 만들고, 세제를 풀지 않아도 기름때가 쏙 빠지는 친환경 수세미도 뜨개질로 만들었다. 각자 생활을 바꾸는 게 바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지난해 말 춘천민우회 회원들은 전국 회원 1만7000명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 캠페인을 제안했다. 서울 중심의 집행부가 이끄는 운동이 아니라 지방 회원들에게서 싹튼 ‘아래로부터의 변화’였다. 내용은 △내복 입기 △재래시장·동네가게 이용하기 △장바구니·면월경대 사용하기 △엘리베이터·차타기보다 걷기 △일주일에 하루 텔레비전 끄기 △젓가락·자기 컵 가지고 다니기 등이다. 남보다 빠르게, 남만큼 편하게 살던 습관을 버리고 불편을 감수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제목도 ‘기꺼이 불편해지기’라고 달았다. 의식적으로 불편한 삶을 선택한 셈이다.
민우회 사람들은 이 작은 캠페인이 남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성찰적 시민운동’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앞으로는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와 소통에도 잔신경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덧붙인 항목이 △출신 지역, 학력, 나이 묻지 않기 △열심히 듣고 천천히 말하기다. 생활 속에서 차별을 없애고 나이, 학력, 지역을 넘어서 평등한 관계를 맺는 일은 환경을 되살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소통 안에서 자유를 찾게 되길 이들은 바란다. 한국여성민우회 권미혁 공동대표는 “악성 댓글이나 여성운동에 대한 반감을 접하고 힘든 적이 많았는데, 이제 이를 넘어서 우리 먼저 긍정적으로 생활해보자는 뜻”이라며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아 뜻 깊은 회원 캠페인이라 생각하고 전국적으로 실천을 확산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춘천여성민우회 제공
면생리대 쓰기, 세제 대신 친환경 수세미 쓰기, 샤워 덜하기, 차 두고 걷기…, 생활을 바꾸면 세상이 바뀌잖아요. 기꺼운 불편 여러분도 함께해요. 일단, 요것부터 실천해 볼까요? 김영준(45·여)씨는 요즘 외출할 때 직접 만든 손가방을 들고 다닌다. 가방 안에는 컵과 젓가락, 그리고 손수건이 들어 있다. 일회용품을 되도록 덜 쓰려는 뜻이다. 남들이 아무 생각 없이 종이컵에 커피를 타 먹을 때, 가방에서 컵을 꺼내면 사람들의 눈길이 확 쏠린다. “나무 한 그루라도 더 살릴 수 있을까 해서요. 종이컵과 나무젓가락이 너무 싸서 손쉽게 쓰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도 하지만 대체로 실천하지요.” 쓰레기를 줄이려고 면생리대도 직접 만들어 쓴다. 3년 전부터 춘천여성민우회에서 활동해온 김씨와 동생(김영옥)을 두고 동료 회원들은 ‘피자매’라고 부른다. 행사 때마다 80여개씩 면생리대를 꿰매 홍보용으로 선보이고 판매도 했다. 천을 주문하고, 본을 대어 자르고, 뒤집고, 꿰매길 반복하는 일은 물론 번거롭다. 그래도 김씨는 “머리가 복잡할 때 바느질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했다. 가족들도 많이 바뀌었다. 9살짜리 아들은 엄마의 설득으로 햄버거, 피자 같은 정크푸드 먹기를 그쳤다. 온 가족이 매일 하던 샤워도 며칠에 한번으로 줄였다. 김씨는 “뭔가 덜 쓰고 덜 버리는 대신 스스로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이 늘었다”며 “예전엔 지역경제 발전이나 남만큼 잘 사는 일에 신경이 쓰였지만 지금은 개발보다 환경에 저절로 생각이 간다”고 했다. 어느새 ‘환경 지킴이’가 된 김씨처럼 춘천여성민우회 회원들은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일을 다양하게 찾아 해왔다. 한달에 한번 모이는 회원 모임 ‘삼색모람’에서 화학약품을 넣지 않은 천연화장품을 만들고, 세제를 풀지 않아도 기름때가 쏙 빠지는 친환경 수세미도 뜨개질로 만들었다. 각자 생활을 바꾸는 게 바로 세상을 바꾸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지난해 말 춘천민우회 회원들은 전국 회원 1만7000명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 캠페인을 제안했다. 서울 중심의 집행부가 이끄는 운동이 아니라 지방 회원들에게서 싹튼 ‘아래로부터의 변화’였다. 내용은 △내복 입기 △재래시장·동네가게 이용하기 △장바구니·면월경대 사용하기 △엘리베이터·차타기보다 걷기 △일주일에 하루 텔레비전 끄기 △젓가락·자기 컵 가지고 다니기 등이다. 남보다 빠르게, 남만큼 편하게 살던 습관을 버리고 불편을 감수해야만 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래서 제목도 ‘기꺼이 불편해지기’라고 달았다. 의식적으로 불편한 삶을 선택한 셈이다.
춘천여성민우회 회원들이 손바느질로 젓가락집을 만들고 있다
민우회 사람들은 이 작은 캠페인이 남을 탓하기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성찰적 시민운동’이라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앞으로는 생활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와 소통에도 잔신경을 쓰려고 한다. 그래서 덧붙인 항목이 △출신 지역, 학력, 나이 묻지 않기 △열심히 듣고 천천히 말하기다. 생활 속에서 차별을 없애고 나이, 학력, 지역을 넘어서 평등한 관계를 맺는 일은 환경을 되살리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민주적인 소통 안에서 자유를 찾게 되길 이들은 바란다. 한국여성민우회 권미혁 공동대표는 “악성 댓글이나 여성운동에 대한 반감을 접하고 힘든 적이 많았는데, 이제 이를 넘어서 우리 먼저 긍정적으로 생활해보자는 뜻”이라며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아 뜻 깊은 회원 캠페인이라 생각하고 전국적으로 실천을 확산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사진 춘천여성민우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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