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생활 용구로 목조각품을 만드는 김영철씨가 지난 3월 경기 광주시에 있는 자신의 작업장에서 망치와 끌을 사용해 말라 죽은 나무뿌리를 다듬고 있다.
재활용 나무조각 김영철씨
김영철(51)씨의 손을 거치면 쓰다버린 목제 생활 용구들이 모두 예술 작품으로 거듭난다. 시골 농가에 버려진 떡메나 대추나무로 만든 다듬이 방망이가 상투 튼 사람과 춤추는 사람을 형상화한 목조각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다. 묵정이도 예쁜 나무 숟가락으로 바뀐다.
김씨에게는 나무로 만든 물건 모두가 훌륭한 작품 재료다. 나무 쟁기, 콩나물 시루를 받치던 삼발이, 절구 공이, 확, 밥상, 지게, 나무로 만든 다듬잇돌, 맷돌받침대, 소 여물통 등.
땔깜으로 쓰기 위해 아궁이 옆에 쌓아 두거나 너무 단단해 아무짝에도 쓸모없이 썩기만을 기다리는 목제 생활용품들은 그의 손을 거치면서 나무조각품으로 되살아난다. 김씨는 “버려지면 쓸모없는 것들이지만 잘 다듬어서 집안에 들여 놓으면 수천 년도 갈 수 있다”고 한다.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그의 아파트는 목조각들로 가득하다. 거실 벽에는 고구려 무용총의 벽화 수렵도 한 장면을 빼다박은 목조각이 걸려 있다. 어머니와 탯줄이 연결된 아기의 모습을 담아 ‘탄생’이라 이름지은 조각도 특이하다.
김씨가 목제 생활 용구들을 조각 재료로 쓰기 시작한 특별한 계기는 없다. 김씨는 “한번 가공됐기 때문에 군더더기가 적어서 그런지 목재 용구들에는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적인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자유로이 상상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김씨는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전북 정읍 산골 마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 이웃에 머슴으로 보내질 뻔도 했으나 어머니를 졸라 서울에 올라와 섬유공장, 철물점, 약국, 한정식집 주방 등에서 일하며 돈을 모았고, 사우디아라비아 건설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다.
그가 조각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3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돌아온 뒤 서울 제기동을 지나다 진열대에 놓인 목조각을 보고 곧바로 그 아름다움에 푹 빠졌다. 무작정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 목조각을 한 사람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수업료도 냈지만 “그 분이 너무 바빠서”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타고난 재능이 부족한 배움을 메웠다.
김씨는 조각을 할 때마다 나무와 대화를 한다고 했다. 나무와 싸우는 게 아니라 대화를 하면 구상이 떠오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조각에는 느긋함이 배어있다.
“나무를 보면 어떤 형상이 금방 떠오릅니다. 나무가 나를 이렇게 해달라고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게 제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김씨의 작품을 주로 찾는 이들은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그의 작품은 차방을 꾸미는데 더없이 좋다고 한다. “팔기 위해 나무를 깎은 적은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팔거나 주위에 나눠준 작품만 3천 점이 넘는다. 심지어 그에게 목조각을 배우러 온 이들도 있었다. 3개월에 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수강료를 내고 그로부터 목조각을 배운 이들만 8명이라고 했다. 버려진 목제 생활용품들 다듬어
예술 조각으로 새 생명 불어넣어
팔거나 나눠준 작품만 3천여점
작은 박물관 만드는 게 꿈이죠 김씨는 꿈이 하나 있다. 여행을 좋아해 외국을 자주 다니던 그는 스웨덴에서 자그마한 자연사박물관을 본 뒤 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박물관을 만들어 지금까지 제가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작은 물건 하나라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생활요? 그 분들이 가져 온 음식을 얻어먹고 살면 되지요.” 경기 광주/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나무를 보면 어떤 형상이 금방 떠오릅니다. 나무가 나를 이렇게 해달라고 말을 하는 것 같습니다.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하는 게 제가 하는 일의 전부입니다.” 김씨의 작품을 주로 찾는 이들은 차를 마시는 사람들이다. 그의 작품은 차방을 꾸미는데 더없이 좋다고 한다. “팔기 위해 나무를 깎은 적은 없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팔거나 주위에 나눠준 작품만 3천 점이 넘는다. 심지어 그에게 목조각을 배우러 온 이들도 있었다. 3개월에 1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수강료를 내고 그로부터 목조각을 배운 이들만 8명이라고 했다. 버려진 목제 생활용품들 다듬어
예술 조각으로 새 생명 불어넣어
팔거나 나눠준 작품만 3천여점
작은 박물관 만드는 게 꿈이죠 김씨는 꿈이 하나 있다. 여행을 좋아해 외국을 자주 다니던 그는 스웨덴에서 자그마한 자연사박물관을 본 뒤 그 꿈을 꾸기 시작했다. “박물관을 만들어 지금까지 제가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작은 물건 하나라도 만들어 주고 싶어요. 생활요? 그 분들이 가져 온 음식을 얻어먹고 살면 되지요.” 경기 광주/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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