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집 짓기와 구들 놓기로 이름난 원불교 교무들이 18일 전북 장수군 천천면 ‘하늘내 들꽃마을’에서 흙벽돌을 쌓다 창틀 너머로 얼굴을 내밀고 활짝 웃고 있다. 정세완, 안성원, 홍현두, 양성천, 유성훈 교무(앞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흙집짓는 원불교 ‘교무 목수’들
“삼라만상이 다 부처이니 모든 일을 부처님께 공양 올리듯 하라. 그렇게 한다면 따로 때를 내어 참선을 할 것도, 곳을 정해 수행할 필요도 없느니라.”(處處佛像 事事佛工 無時禪 無處禪). 원불교를 일으킨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이다. 이해는 쉬워도 따르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교무나 정녀를 비롯한 많은 제자들이 소태산의 가르침대로 살고자 애쓰고 있다. 주중에는 흙집을 짓는 목수로, 주말에는 법을 알리고 전하는 성직자로 살고 있는 원불교 교무들이 바로 그런 이들이다. 목수 교무이자 교무 목수인 그들은 몸으로 말하고 있었다. 성속이 따로 없고, 삶과 수행이 둘이 아니며, 바로 지금 여기서 내가 하는 일에 깨어 있는 것이 바로 수행임을. 소태산 대종사의 가르침도 그랬다. “불법이 곧 생활이고 생활이 곧 불법이니라.”(佛法是生活 生活是佛法)
‘교무 목수’들의 요즈음 일터는 전북 장수군 천천면 연평리 ‘하늘내 들꽃마을’이다. 폐교를 개조해 녹색농촌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박일문(44)씨는 “2004년 교무님들이 흙벽돌집 세 채를 지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이번에 두 채를 더 지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18일 오후 현장에서는 흙벽돌 쌓기가 한창이었다. 세 시쯤 안성원(45) 교무가 벽돌 쌓기를 그만 하자고 했다. “내일 비가 온다고 하니 벽 쌓는 일을 그만 하고 잠깐 쉬었다가 옆에 벽쌓기가 끝난 집의 지붕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휴식 시간. 모두들 입구 쪽에 있는 원두막으로 가 새참으로 내온 막걸리 한사발씩을 들이켠다. “총부에서 알면 안 되는데”라면서도 모두들 웃으며 김치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간다.
10분 가량 쉬었을까. 홍현두(48) 교무는 자동톱으로 나무를 다듬기 시작했고, 양성천(46) 교무는 굴착기로 황토흙을 담은 자루를 옮겼다. 정세완(48) 교무는 연필과 자를 들고 도리에 쓰일 나무의 길이를 계산해 자를 곳을 표시했다. 사흘 전 흙집 짓기를 배우러 온 유성훈(40) 교무는 심부름, 자재 정리 등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건축 현장에는 웃음소리만 이따금 들릴 뿐 큰 소리 한번 나는 법이 없다. “우리가 바로 머드 아티스트여!” 양 교무의 농담에 모두들 파안대소한다. 양 교무의 말처럼 이들 ‘교무 목수팀’은 흙집 짓기와 구들 놓기로 널리 알려진 전문가들이다. 전국에서 일감이 들어오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이나 하지 않는다. 돈벌이를 위한 건축물은 사양하고, 좋은 뜻을 가진 건물이라야 일을 맡는다.
일에는 종교의 벽도 없다. 이들은 지난해 경남 지역 교회의 초청을 받아 20여 명의 목사에게 구들 놓는 법을 알려줬고, 몇 해 전에는 전북 완주군에서 지역 공동체를 꾸리고 있는 율곡교회 교인들의 집도 지어줬다. 교회에 황토벽돌 찍는 기계를 빌려주거나 구들을 거저 놓아주기도 한다.
이들이 흙집 짓기와 인연을 맺은 것은 수계농원에서다. 수계농원은 소태산 대종사가 종교인들도 시주나 헌금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생활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7만평의 땅을 마련해 만든 자립 농장이다. 마음공부 터이기도 하다. 양 교무와 안 교무는 농업의 몰락으로 원불교 안에서도 그 효용성에 대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던 수계농원을 되살리고자 10년을 그곳에서 일했다. 농사 규모는 작지 않았다. 논농사 1만여평, 밭농사 3만여평, 소 60마리. 낡아서 스러져가는 건물을 고치고 우사 등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건축 기술을 배웠다. 정 교무, 홍 교무는 교당에서 일하면서도 틈만 나면 수계농원으로 달려가 힘을 보탰다. 교무들은 집짓는 기술을 배우고자 통나무 학교, 황토 학교, 구들 학교, 한옥 학교 등에 다녔고, 한옥이나 흙집을 짓는 공사 현장을 찾아다니며 막일도 했다.
공사판은 녹록지 않았다. 밝힌 적은 없지만 힘들 때면 교무라는 명함이 자꾸 생각났다. 늘 마음을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했다. 이들에게는 공사 현장이 어느 곳보다 훌륭한 수행 도량인 셈이었다. 교무들은 “평소 머리가 복잡할 때도 일만 시작하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소태산 대종사가 만든 자립농원에서 기술 배워
주말엔 교무, 평일엔 목수로 산다
좋은 뜻 가진 일감만 맡고 기술도 전수하고
“공사장이 어느곳보다 훌륭한 도량이죠” 힘들게 배운 기술이지만 이들은 이를 아낌없이 나눈다. 누구든지 기술을 배우고자 하면 가르쳐 준다. 자신들이 하면 쉽게 빨리 할 수 있는 일도 다른 사람이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이들은 구들 놓고 흙집 짓는 기술을 알리려고 홈페이지도 준비하고 있다. 흙집 짓기는 교당 운영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 양 교무와 안 교무는 험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개척지인 전주 대성교당과 남원 산동교당을 운영했다. 한 푼 남김없이 교당 운영에 썼지만 처음에는 오해도 받았다. 양 교무는 “내가 쓰자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무척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노동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이들이 원불교 교무로서 구실을 소홀히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주말이면 소속 교당에서 법회를 이끌고, 일터에서도 매일 5시부터 1시간 동안 정진한다. 전남 구례의 동원교당을 맡고 있는 홍 교무는 요즈음 제사가 있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구례까지 다녀오는 먼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꿈은 수계농원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올해 낡은 건물을 뜯고 내년부터는 황토집을 하나하나 지어나갈 계획이다. 이들이 세운 수계농원의 미래상은 생태체험의 공간이자 소외된 이들의 쉼터다. “외국인 노동자 쉼터와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돕는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습니다.” 장수/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공사판은 녹록지 않았다. 밝힌 적은 없지만 힘들 때면 교무라는 명함이 자꾸 생각났다. 늘 마음을 돌아보고 또 돌아봐야 했다. 이들에게는 공사 현장이 어느 곳보다 훌륭한 수행 도량인 셈이었다. 교무들은 “평소 머리가 복잡할 때도 일만 시작하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입을 모았다.
흙집짓는 원불교 ‘교무 목수’들
주말엔 교무, 평일엔 목수로 산다
좋은 뜻 가진 일감만 맡고 기술도 전수하고
“공사장이 어느곳보다 훌륭한 도량이죠” 힘들게 배운 기술이지만 이들은 이를 아낌없이 나눈다. 누구든지 기술을 배우고자 하면 가르쳐 준다. 자신들이 하면 쉽게 빨리 할 수 있는 일도 다른 사람이 해볼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이들은 구들 놓고 흙집 짓는 기술을 알리려고 홈페이지도 준비하고 있다. 흙집 짓기는 교당 운영에도 크게 도움이 됐다. 양 교무와 안 교무는 험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개척지인 전주 대성교당과 남원 산동교당을 운영했다. 한 푼 남김없이 교당 운영에 썼지만 처음에는 오해도 받았다. 양 교무는 “내가 쓰자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무척 속이 상했다”고 말했다. 노동으로 몸은 피곤하지만 이들이 원불교 교무로서 구실을 소홀히 한 적은 한번도 없다. 주말이면 소속 교당에서 법회를 이끌고, 일터에서도 매일 5시부터 1시간 동안 정진한다. 전남 구례의 동원교당을 맡고 있는 홍 교무는 요즈음 제사가 있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구례까지 다녀오는 먼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된 꿈은 수계농원을 다시 세우는 일이다. 올해 낡은 건물을 뜯고 내년부터는 황토집을 하나하나 지어나갈 계획이다. 이들이 세운 수계농원의 미래상은 생태체험의 공간이자 소외된 이들의 쉼터다. “외국인 노동자 쉼터와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돕는 학교를 만들어 운영하고 싶습니다.” 장수/글 권복기 기자 bokkie@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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