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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병석에서도 버스 생각뿐인 ‘친절한 기사’

등록 2007-09-26 18:31

바이러스성 혈소판 감소증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친절기사’ 이종민(34)씨가 지난 21일 역시 병상에 누워있는 부인 박계설(22)씨의 손을 붙잡고 위로하고 있다.
바이러스성 혈소판 감소증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고 있는 ‘친절기사’ 이종민(34)씨가 지난 21일 역시 병상에 누워있는 부인 박계설(22)씨의 손을 붙잡고 위로하고 있다.
‘차내 방송’하는 100번 버스기사 이종민씨 ‘혈소판 감소증’ 투병 중
서울 도봉구 도봉산에서 중구 무교동까지 운행하는 100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승객들은 요즘 ‘팬레터 받는 친절기사’ 이종민(34·〈한겨레〉 2006년 2월9일 11면)씨를 만나볼 수 없다. 이씨의 자랑인 차내 방송과 친절한 미소도 마찬가지다. 운전대를 잡던 이씨의 팔과 입담을 선보이던 그의 입에 온통 피멍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자기 피 속의 혈소판을 외부 침입으로 오인해 항체를 만들어 파괴하는 병인 ‘바이러스성 혈소판 감소증’에 걸려 추석도 병상에서 보내야 했다.

지난 8월 말 이씨는 갑자기 감기에 걸린 것처럼 몸이 무겁고, 기침이 심해졌다. 환절기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이씨는 3일 잠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었고 입술과 잇몸까지 시커멓게 부어올라 있었다. 두 눈은 눈동자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까맣게 돼 있었다. 혈액 응고 작용으로 상처를 막아주는 혈소판이 턱없이 적어져, 모세혈관에 있는 미세한 상처 틈으로 피가 새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씨는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고 말했다. 지난 1월 결혼해 임신 한 달째를 맞은 부인 박계설(22)씨가 이씨의 모습에 놀라 유산을 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아내가 재중동포라 친정 식구도 없이 나만 믿고 사는데, 아파서 미안하고 아프게 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병상에 누워 수액을 맞고 있는 박씨는 오히려 “내가 돌봐줘야 하는데, 이렇게 누워있어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부부는 한 침대에 번갈아 누워가며 서로를 돌보고 있다.

다행히 혈소판 수치가 높아지고 박씨의 몸도 회복돼 갔지만 치료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하루에 8차례씩 수혈받는 데 드는 비용만 보름 동안 90여만원에 이르렀다.

그러자 동료 기사들이 ‘친절기사’ 돕기에 팔을 걷었다. 각자 가지고 있던 헌혈증을 모아 전달하더니, 버스회사로 헌혈차를 불러 단체 헌혈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씨는 소식을 전해 듣고 “동료들의 마음에 보답할 길이 없어 고민”이라며 “빨리 회복해 웃는 얼굴로 출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씨가 다니고 있는 한국비아르티사의 노조 위원장 조병구(55)씨는 “금전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어 헌혈로나마 마음을 전하기로 했다”며 “미소와 친절은 감염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웃으며 말하는 그의 얼굴은 이씨가 운전석에서 지어보이던 미소와 똑같이 닮아 있었다.

글·사진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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