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유 이야기 /
그때 왜 갑자기 그 녀석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녀석은 꽤 오랜 시간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고, 그 녀석은 내 머릿속에서 점차 커져가고 있었지요. 무거워졌고….
결국 그러던 2007년 저는 5년 동안 머릿속에서 무럭무럭 자란 그 녀석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너무나도 커져버렸기에 적지 않은 준비가 필요했지요. 그 녀석에 관한 책도 읽고, 지도도 보고, 혹시나 그 녀석을 아는 사람이 있나 찾아보기도 하고… 그래서 만나기도 했습니다. 그 녀석과의 만남을 기념하려 작은 티셔츠도 만들었습니다. 드디어 화창한 4월. 전 배낭을 메고, 지도를 들고 설레는 마음으로 태백행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 녀석은 바로 ‘한강’입니다. 만나는 방법은 ‘걷기’였고요.
한강! 왜 갑자기 그 녀석이 내 머릿속에 들어왔는지는 여전히 모르지만, 전 많이 힘들고 지칠 때면 그 녀석을 찾아가곤 했습니다. 그러고는 그 친구 앞에서 소리도 지르고, 울기도 하고, 성질도 부렸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 그 녀석을 찾아간 횟수만큼은 아니지만 그저 멍하게 있고 싶어서 찾아간 적도 있고, 신나게 웃고 싶어서 간 적도 있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처럼 비밀을 이야기하러 간 적도 있습니다. 여자친구를 소개하러 갔고, 그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위로받고 싶어서 간 적도 있고, 아버지께서 힘드실 때 아버지를 위해서 기도를 하러 간 적도 있지요. 아! 한해를 마무리하러 간 적도 있고, 새해를 시작하러 간적도 있네요.
어쨌든 그 한강을 걸었습니다. 태백 검룡소부터 말이죠. 처음부터 무리할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여유 있는 주말을 이용해서 조금씩 조금씩 걸으려 했었고, 오늘은 여기까지 걸어야지! 하는 목표는 세우지 않았지요. 덕분에 걷는 속도는 매우 느렸고, 제 시야는 더 넓어졌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걷다가 힘들면 쉬고, 걷다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앉아서 술도 한잔하고, 걷다가 꽃을 만나면 사진도 찍고, 그러다가 때가 되면 장소를 기억했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일을 반복하였습니다. 물론 다음 여유 있는 주말을 기대하면서… 그렇게 걷다가 대화하다가 걷다가 대화하다가 어느덧 충주까지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충주에서 다시 시작할 ‘한강 걷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혹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소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곳과 깊은 대화는 해보셨는지요? 그곳은 당신과 대화하기를 간절히 원할지도 모르는데…. 강추드립니다. 한번 대화 나눠 보세요.
아! 이것은 비밀인데요. 한강은요, 만날 ‘그래그래’라는 똑같은 말만 반복하더라고요. 조심하세요! 자칫 짜증나거나 화가 날지도 몰라요. 그래도 계속 들으면 ‘그래그래’ 이거 매력 있어요. 재미있는 친구예요.
조해수/서울 천호동
‘느림’을 통해 자유를 늘리는 나만의 방법은 무엇인가요? 걷기, 불끄고 지내기, 돈 안쓰고 지내는 실천법도 좋겠습니다. 비결을 나눴으면 합니다. bokkie@hani.co.kr로 글(200자 원고지 6장 분량)과 연락처를 보내주세요. 채택되면 고료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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