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기완(사진)
철거민연합 등 6940만원 도움…백기완 선생 “북쪽 대답 없어”
“길에서 장사하고 매일을 싸워서 번 돈을 ‘좋은 데 쓰고 싶어 그런다’며 내놓더란 말이지.”
지난달 17일 백기완(사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은 2천만원으로 북쪽에 쌀 백 가마니를 보내겠다고 밝혔다. 이후 여기저기서 성금이 모여들었다. 전국노점상연합, 전국철거민연합, 빈민해방철거민 연합 등 19개 단체와 74명의 사람들이 보내온 돈만 6940만원이다.
“내 손으로 개성까지만이라도 가져다 주고 싶어 북녘의 연락을 기다렸어. 그 사이 사람들이 갸륵한 정성을 보내왔어.”
쌀을 개성까지 운반해 주겠다는 이들도 있었다. 개성까지 차량 1대당 기름값만 50만원. 화물연대 노동자들은 선뜻 무료로 쌀을 옮기겠다고 했다.
그렇지만 한달이 넘도록 쌀은 북에 닿지 못하고 있다. 쌀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북쪽에서 초청장을 내주고, 남쪽에서 방북 승인을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록 북에서는 연락이 없다. “남북, 북미 관계가 얽혀있으니 어려운 것은 알겠는데…” 그는 안타까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북녘에 쌀이 떨어졌다면 그것은 갈라짐 때문인데 쌀 몇 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는 생각도 들었지만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북한에서 내내 대답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 “소주 잔 가득 눈물 담아 눈물에 떠가는 술이나 마시며 기다려야지.”
황춘화 기자 sflow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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