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 스님(사진)
새 후불탱화 공개하는 대구 묘향사 주지 혜민 스님
2년간 작업해 각양각색 현대인 165명 표현
“한국불교 위기는 대중의 공감 얻지 못해서” ‘기타 치는 부처님, 술병 든 부처님, 아이스크림 손에 든 부처님, 자전거 타는 부처님, 노동자·농부 부처님, 화투 팔광을 들고 있는 부처님, 엠피쓰리로 음악 듣는 부처님 ….’ 대구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조계종 사찰 ‘묘향사’ 안 대웅전 불상 뒤편 후불탱화의 모습이다. 불상 뒤편에는 대학노트 크기보다 조금 큰 종이에 이런 부처님이 165분 모셔져 있다. 이 절의 주지 혜민 스님(사진)은 “엄숙함에서 벗어나려고 이런 모습의 후불탱화를 그려넣었다”며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이미 살았던 사람, 모든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전부 부처님 제자라는 뜻에서 다양한 직업군상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절에 잘 오지 않아요. 특히 젊은이들은 절이 무섭다고 하고,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해요.” 그래서 부처님과 친하도록 해보자, 우정을 틔워보자는 생각에서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절밥을 먹으면서 늘 한국불교의 위기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는 범어사에서 5년 전 대구 묘향사로 자리를 옮긴 뒤 대웅전 불상 뒤편에 비워진 공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부처님을 그려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작업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문봉선 교수가 맡아 2년 동안 했다. 크기는 가로 36㎝, 세로 30㎝이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도록 한지에 옻칠을 해넣었고, 그림은 먹으로 그린 뒤 색깔을 입혔다. “보통 절에는 후불탱화로 부처님 제자들을 많이 그려 넣어요. 그래서 경상도 탱화나 전라도 탱화가 모두 꼭 같아요.” 그는 “모든 절의 탱화가 비슷하다는 건 다양성이 존중되는 현대사회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에 새로운 방법으로 후불탱화를 그리겠다고 하자 연로하신 스님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또 한편으로 “시도해 봐도 좋겠다. 절에도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격려도 없지않아 큰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불교는 21세기를 끌고 나갈 중심사상임에는 틀림없지만 현재 한국 불교는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우리 불교에서 권위주의, 무서움, 기복 등은 하루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종교 편향’을 염두에 둔 듯 그는 “ 불교와 기독교가 적당하게 조화를 이뤄야 국민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며 “표시를 내지 않고 종교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매주 열리는 법문 때도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변화를 줘 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묘향사는 7일 탱화봉안 법회를 열고 대웅전 후불탱화를 일반에 공개했다. 대구/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한국불교 위기는 대중의 공감 얻지 못해서” ‘기타 치는 부처님, 술병 든 부처님, 아이스크림 손에 든 부처님, 자전거 타는 부처님, 노동자·농부 부처님, 화투 팔광을 들고 있는 부처님, 엠피쓰리로 음악 듣는 부처님 ….’ 대구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조계종 사찰 ‘묘향사’ 안 대웅전 불상 뒤편 후불탱화의 모습이다. 불상 뒤편에는 대학노트 크기보다 조금 큰 종이에 이런 부처님이 165분 모셔져 있다. 이 절의 주지 혜민 스님(사진)은 “엄숙함에서 벗어나려고 이런 모습의 후불탱화를 그려넣었다”며 “현재 살고 있는 사람, 이미 살았던 사람, 모든 직업과 계층의 사람들이 전부 부처님 제자라는 뜻에서 다양한 직업군상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절에 잘 오지 않아요. 특히 젊은이들은 절이 무섭다고 하고, 현실적으로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말도 해요.” 그래서 부처님과 친하도록 해보자, 우정을 틔워보자는 생각에서 이런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절밥을 먹으면서 늘 한국불교의 위기가 대중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데 있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는 범어사에서 5년 전 대구 묘향사로 자리를 옮긴 뒤 대웅전 불상 뒤편에 비워진 공간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부처님을 그려보자고 결심했다고 한다. 작업은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문봉선 교수가 맡아 2년 동안 했다. 크기는 가로 36㎝, 세로 30㎝이며 오랜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도록 한지에 옻칠을 해넣었고, 그림은 먹으로 그린 뒤 색깔을 입혔다. “보통 절에는 후불탱화로 부처님 제자들을 많이 그려 넣어요. 그래서 경상도 탱화나 전라도 탱화가 모두 꼭 같아요.” 그는 “모든 절의 탱화가 비슷하다는 건 다양성이 존중되는 현대사회에서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처음에 새로운 방법으로 후불탱화를 그리겠다고 하자 연로하신 스님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또 한편으로 “시도해 봐도 좋겠다. 절에도 이제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격려도 없지않아 큰힘이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불교는 21세기를 끌고 나갈 중심사상임에는 틀림없지만 현재 한국 불교는 구조조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우리 불교에서 권위주의, 무서움, 기복 등은 하루빨리 털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종교 편향’을 염두에 둔 듯 그는 “ 불교와 기독교가 적당하게 조화를 이뤄야 국민이 편하게 살아갈 수 있다”며 “표시를 내지 않고 종교활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앞으로 매주 열리는 법문 때도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변화를 줘 볼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묘향사는 7일 탱화봉안 법회를 열고 대웅전 후불탱화를 일반에 공개했다. 대구/글·사진 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