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작가이름으로 성금…“1년 읽은 책값의 절반”
책을 읽다 감명을 받아 국내외 작가들의 이름으로 나눔을 행하고, 직장의 포상금과 벌금을 모아 기부하는 등 갖가지 훈훈한 나눔의 사연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2일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전한 ‘행복 나누미’의 사연을 들어보면, 지난 31일 서울 중구 정동의 공동모금회 사무실에 ‘20대 백수’라고 밝힌 한 청년이 찾아와 31만4150원의 성금이 든 봉투와 편지를 남기고는 사라졌다. 편지에 적힌 성금 기부자의 이름엔 어니스트 헤밍웨이, 기드 모파상, 루쉰, 무라카미 류 등 외국 작가부터 이청준, 이태준, 성석제, 은희경 등 국내 작가까지 49명의 이름이 빼곡이 적혀 있었다.
기부자는 편지에서 “도서관에서 읽은 책을 통해 어두운 천체에서 반짝 하고 사라지는 유성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내가 받은 엄청난 혜택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고자 작가들의 이름으로 돈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성금은 내가 1년 동안 읽은 책에 표시된 책값의 절반을 모은 것”이라며 “허락 없이 행한 무례한 행동에 대해 작가분들께 용서를 구하고, 모두 감사하고 존경하고 사랑한다”고 적었다. 공동모금회는 이 젊은이를 ‘희망 2009 나눔캠페인- 62일의 나눔 릴레이’의 제34호 행복나누미로 선정했다.
회사에서 받은 포상금을 기부한 사연도 행복나누미로 선정됐다. 지난 31일 오후 한 중년 남자는 공동모금회 사무실을 찾아 2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건넸다. 그는 “얼마 전 회사에서 받은 상”이라며 “갖고 있으면 그냥 써버릴 것 같아 이왕이면 더 의미있는 곳에 쓰려고 기부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모금회 쪽은 “이밖에도 회사 부서에서 1년 동안 지각, 흡연 등 벌금으로 모은 50여만원을 직원 5명의 이름으로 기부한 사연,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만 밝힌 이가 5년 동안 기부해 온 사연 등을 행복 나누미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김양중 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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