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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록빠 ‘여행의 기억’으로 티베트를 돕다

등록 2010-06-29 17:57

2008년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록빠 페스티벌에서 티베트 어린이들이 물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헌수씨 제공
2008년 인도 다람살라에서 열린 록빠 페스티벌에서 티베트 어린이들이 물감을 가지고 놀고 있다. 김헌수씨 제공
무료탁아소·도서관등 지어
티베트 여성들 자립 도와
배낭여행자들이 자원봉사
한국선 장터 열어 후원도
* 록빠 : 인도 다람살라의 나눔단체
[나눔꽃 캠페인] 2부 나눔운동의 진화

① 책임여행

어떤 의미에서 여행은 삶의 힘이다. 일주일의 휴가로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재충전되는 육체적인 힘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일상을 한발 비껴난 경험이 삶의 변화를 이끈다는 점에서 여행은 힘이 있다.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사는 인도의 다람살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곳이지만, 전세계 배낭여행자들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행자 대부분은 자기네들끼리 형형색색 휘날리는 룽타(기도 깃발)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마니차(불교 경전을 넣어 돌리는 통)를 돌리고 훌쩍 떠날 뿐이다. 이런 여행자들의 대열 밖에, 현지인과 함께하는 ‘다른 여행자들’이 있다.

“2006년 배낭여행을 갔다 온 친구가 록빠를 소개한 뒤 후원금을 내기 시작했어요. 나도 이듬해 석 달 동안 인도 여행을 떠났고, 한 달을 다람살라의 록빠 탁아소에 투자했죠. 잊지 못할 경험이었고, 그 뒤로 한국에서 티베트 난민을 돕는 활동에 참여하고 있죠.”(오은영씨)


책임여행 수칙
책임여행 수칙
티베트어로 ‘돕는 이’, ‘친구’라는 뜻의 록빠(rogpa.com)는 말 그대로 조국을 떠나 ‘망명 거주지’ 다람살라에서 살고 있는 티베트인과 함께하는 나눔단체다. 부부 사이인 한국인 빼마(한국이름 남현주·32)와 티베트인 텐진 잠양(33)이 2005년 무료탁아소를 설립한 뒤, 록빠의 활동은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돕는 여성작업장과 어린이도서관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년 지역주민과 함께 문화행사 ‘록빠 페스티벌’을 열어 지역 커뮤니티와 호흡을 맞춘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이 여러 나라에서 보낸 후원금과 여행자들의 자원봉사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자원봉사자의 절반은 입소문으로 찾아온 한국인 배낭여행자들이다. ‘먹자’, ‘예쁘네’, ‘잘했어’ 등 간단한 티베트어를 배우고 탁아소에 투입된다. 하루 4시간, 최소 2주일 이상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지만, 자원봉사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인을 포함해 연간 200명의 자원봉사자가 록빠를 거쳐 간다.


록빠가 특별한 이유는 나눔활동이 여기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록빠를 경험한 이들은 나눔의 홀씨를 히말라야 끝자락에서 한국으로 가져왔다.

한국의 록빠에선 연간 10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티베트 난민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이브 티베트 페스티벌’ 같은 축제와 티베트 공정무역 물품을 파는 평화장터 등을 1년에 여러 차례 열어 후원금을 모은다. 정치적인 활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앞서 벌어진 티베트 유혈사태 때 이들은 ‘피스 티베트 팽창전’ 문화제를 열어 티베트의 독립을 호소하기도 했다. 일상적인 활동은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후원자를 모집하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티베트 어린이와 결연을 맺고 무료탁아소에 후원금을 보내거나, 탁아소나 바자회에 필요한 물품을 보낼 수 있다.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사직동엔 한국 록빠의 아지트가 생겼다. 록빠 자원봉사자들이 푼푼이 1125만원을 모아 카페 ‘사직동, 그 가게’를 연 것이다. 재활용품을 활용해 인테리어비를 50만원으로 줄였고, 주말마다 손수 페인트칠을 하는 등 ‘노력봉사’로 허름한 창고를 세련된 카페로 탈바꿈시켰다.


지난 26일 티베트 여행자들의 풀뿌리 나눔단체인 록빠의 자원봉사자들이 카페 ‘사직동, 그 가게’ 앞에서 연 ‘멜로디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 href="mailto:anaki@hani.co.kr">anaki@hani.co.kr</A>
지난 26일 티베트 여행자들의 풀뿌리 나눔단체인 록빠의 자원봉사자들이 카페 ‘사직동, 그 가게’ 앞에서 연 ‘멜로디 축제’에서 참가자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나눔꽃 캠페인
나눔꽃 캠페인
카페 매니저 임태영(31)씨는 “티베트 전통차를 파는 카페이자, 다람살라의 여성작업장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파는 공정무역 가게”라고 소개했다. 가게는 자원봉사자들이 시간을 나눠 지킨다. 지난 26일 가게 앞에선 ‘멜로디 축제’가 열렸다. 리암, 오채원 밴드 등 독립 예술인들이 재능기부로 공연에 나섰고, 티베트 난민을 기억하는 음악소리는 사직동에 은은하게 퍼졌다.

록빠엔 사무실도 사무국장도 없다. 자원봉사자가 전부다. 하지만 대규모 구호단체 못지않은 체계적인 후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각종 문화행사도 거뜬히 소화한다. 언론매체를 앞세운 대규모 캠페인은 이들의 홍보방식이 아니다. 이들의 나눔실천은 철저히 경험적이고 자율적이다. 빼마는 록빠의 힘이 여행에서 얻은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고 말했다.

“여행자는 무한히 자유로울 수 있지만 책임지지 않는 존재죠. 내 돈을 쓰니 그만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지에 부정적인 흔적을 남기고 갑니다. 하지만 기존과 다른 새로운 여행을 한 사람들은 다른 변화를 얻어 가지 않았을까요?”

록빠의 자원봉사자 가운데 절반은 다람살라의 기억을 가진 이들이고, 기억은 다른 이들에게 전파되고 있다. 다람살라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여행을 한 게 이들의 삶을 변화시켰다. 여행의 기억이 나눔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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