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열린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 문화수업 시간에 트리 선생님이 한국과 베트남의 발효음식에 대해 아이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나눔꽃 캠페인] 기업의 나눔활동
② 하나금융그룹 다문화가정 지원
② 하나금융그룹 다문화가정 지원
서울·인천·안산 세 곳서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
언어·문화 토요학교 열어
“건강한 자아형성 도움” “자, 사진을 보세요. ‘뜨엉’이라는 베트남 음식인데, 집에서 먹는 된장과 비슷하죠? 한국의 된장처럼 콩으로 만들고 요리할 때 많이 사용해요.” “여러분, 따라서 말해 보세요. 즈~어, 마~암….” “즈어는 채소를, 마암은 물고기를 소금물에 절여서 발효시켜 만든 젓갈이에요.” “사진에 나온 것처럼 사용한 재료에 따라 ‘즈어 까이’, ‘즈어 하잉’, ‘마암 똠’ 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어요.” “선생님, 즈어 하잉은 언제 먹어요?” “기름기 있는 음식 많이 먹을 때 즈어 하잉을 먹으면 소화가 잘돼요. 족발하고 같이 먹어도 맛있어요.”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아동권리 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서른일곱번째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가 열렸다. 초등학교 5학년 정우, 2학년 정민이 형제와 6학년 숙희, 4학년 용현이 남매는 낯선 나라 말에 다들 귀를 쫑긋 세웠다. 베트남 유학생인 트리 교사가 아이들에게 설명한 주제는 한국과 베트남의 발효음식이었다. 50분 동안의 문화 수업이 끝나자 11명이 함께 모여 베트남 음식 ‘즈어 까이’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학습을 했다. 퀸화 교사는 유창한 한국말로 ‘즈어 까이’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하나금융그룹은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라는 장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초등학생들에게 베트남어와 베트남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겪는 정체성 혼란과 사회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을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다. 한국말에 서툰 어머니와 정서적으로 교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베트남말을 가르치기 위해 현지 유학생들을 교사로 뽑아 2008년 10월 서울에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를 열었다. 하나금융 사회공헌 파트의 김현수 대리는 “그룹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고, 특히 일회성 도움보다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베트남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을 배움으로써 자아 정체성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3년 과정인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는 격주로 토요일에 베트남어를 배우는 언어 수업과 베트남 문화를 배우는 문화 수업이 진행된다. 언어 수업은 수준별로 즐거운 반, 신나는 반, 행복한 반, 세 반으로 나눠 이뤄진다. 또 한국인 대학생 멘토 자원봉사자가 2주에 한 번씩 일대일로 만나 공부도 가르쳐주고 고민 상담도 해준다. 시간을 내기 힘든 어머니를 대신해 멘토 자원봉사자가 직접 아이들을 토요 베트남학교에 데려오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 멘토 자원봉사자 가운데 바오씨는 유일한 베트남인이다.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서울에서 취업을 한 그는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다. 바오씨는 “제가 맡고 있는 정우와 정민이 형제에게 열심히 베트남말을 가르치고 있다”며 “같이 살고 있는 베트남 외할머니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베트남어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버지 중에는 자녀가 베트남말을 배우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김현수 대리는 “처음에는 몇몇 아버지나 시댁 식구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는데, 가정과 아이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동의를 받았다”며 “아이가 엄마 나라 말과 문화를 배우는 것에 대해 아버지들의 인식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베트남말을 조금씩 하게 되자 엄마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6학년 용현이와 4학년 용태 형제는 몇 달 전만 해도 베트남말을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이제 엄마와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베트남말로 할 수 있다. 용현이 형제의 어머니 남프엉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베트남에 계시는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데 애들이 이제 베트남말로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뭐하고 지내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애들이 베트남말을 좀더 잘했으면 하는 게 엄마 마음”이라며 “베트남어 수업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있으면 참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한 달에 두 번 하는 수업으로 베트남어 실력이 기대만큼 쑥쑥 늘지는 않는 편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 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엄마와 베트남말로 대화할 수 있는 물꼬를 터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김정아 간사는 “베트남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던 아이들이 이제 베트남 문화도 이해하고 나의 절반은 베트남이라는 인식도 생기고 있다”며 “설문조사를 해보니 아이와 부모의 85% 이상이 수업 내용에 만족하는 등 호응도도 매우 좋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인천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지난 7일에는 다문화가정 밀집 지역인 경기도 안산에서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를 열어 첫 수업을 했다. 안산에서는 매주 토요일 베트남어 수업을 하고, 격주로 베트남 문화를 가르친다. 서울·인천·안산 세 곳을 합치면 모두 60명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과 문화를 배우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앞으로 지원이 더 절실한 시골 지역의 다문화가정을 위해 지방의 중소도시 등에도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를 세우고, 베트남어 교사 양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베트남어뿐 아니라 중국어 등 다른 나라 언어들로 교육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글·사진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베트남 다문화가정 자녀
언어·문화 토요학교 열어
“건강한 자아형성 도움” “자, 사진을 보세요. ‘뜨엉’이라는 베트남 음식인데, 집에서 먹는 된장과 비슷하죠? 한국의 된장처럼 콩으로 만들고 요리할 때 많이 사용해요.” “여러분, 따라서 말해 보세요. 즈~어, 마~암….” “즈어는 채소를, 마암은 물고기를 소금물에 절여서 발효시켜 만든 젓갈이에요.” “사진에 나온 것처럼 사용한 재료에 따라 ‘즈어 까이’, ‘즈어 하잉’, ‘마암 똠’ 등 다양한 음식들이 있어요.” “선생님, 즈어 하잉은 언제 먹어요?” “기름기 있는 음식 많이 먹을 때 즈어 하잉을 먹으면 소화가 잘돼요. 족발하고 같이 먹어도 맛있어요.”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아동권리 전문기관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서른일곱번째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가 열렸다. 초등학교 5학년 정우, 2학년 정민이 형제와 6학년 숙희, 4학년 용현이 남매는 낯선 나라 말에 다들 귀를 쫑긋 세웠다. 베트남 유학생인 트리 교사가 아이들에게 설명한 주제는 한국과 베트남의 발효음식이었다. 50분 동안의 문화 수업이 끝나자 11명이 함께 모여 베트남 음식 ‘즈어 까이’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 학습을 했다. 퀸화 교사는 유창한 한국말로 ‘즈어 까이’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하나금융그룹은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하나 키즈 오브 아시아’라는 장기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초등학생들에게 베트남어와 베트남 문화를 가르치고 있다.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자녀가 겪는 정체성 혼란과 사회 부적응 문제를 해결하고, 이들을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키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 됐다. 한국말에 서툰 어머니와 정서적으로 교감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베트남말을 가르치기 위해 현지 유학생들을 교사로 뽑아 2008년 10월 서울에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를 열었다. 하나금융 사회공헌 파트의 김현수 대리는 “그룹 차원에서 다문화가정 지원에 각별한 관심을 가졌고, 특히 일회성 도움보다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지속적으로 교육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며 “베트남어를 사용할 기회가 없었던 아이들이 엄마 나라 말을 배움으로써 자아 정체성이 건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3년 과정인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는 격주로 토요일에 베트남어를 배우는 언어 수업과 베트남 문화를 배우는 문화 수업이 진행된다. 언어 수업은 수준별로 즐거운 반, 신나는 반, 행복한 반, 세 반으로 나눠 이뤄진다. 또 한국인 대학생 멘토 자원봉사자가 2주에 한 번씩 일대일로 만나 공부도 가르쳐주고 고민 상담도 해준다. 시간을 내기 힘든 어머니를 대신해 멘토 자원봉사자가 직접 아이들을 토요 베트남학교에 데려오고 집까지 데려다 준다. 멘토 자원봉사자 가운데 바오씨는 유일한 베트남인이다. 베트남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치고 서울에서 취업을 한 그는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에 다니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좋은 역할모델이다. 바오씨는 “제가 맡고 있는 정우와 정민이 형제에게 열심히 베트남말을 가르치고 있다”며 “같이 살고 있는 베트남 외할머니와 대화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이들의 베트남어 실력이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인 아버지 중에는 자녀가 베트남말을 배우는 것을 싫어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김현수 대리는 “처음에는 몇몇 아버지나 시댁 식구들의 반응이 부정적이었는데, 가정과 아이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득하고 동의를 받았다”며 “아이가 엄마 나라 말과 문화를 배우는 것에 대해 아버지들의 인식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특히 하나 토요 베트남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이 베트남말을 조금씩 하게 되자 엄마들의 반응은 매우 좋다. 6학년 용현이와 4학년 용태 형제는 몇 달 전만 해도 베트남말을 전혀 할 줄 몰랐지만, 이제 엄마와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베트남말로 할 수 있다. 용현이 형제의 어머니 남프엉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베트남에 계시는 부모님께 전화를 하는데 애들이 이제 베트남말로 ‘할아버지 건강하세요’, ‘할아버지 뭐하고 지내세요’라고 말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애들이 베트남말을 좀더 잘했으면 하는 게 엄마 마음”이라며 “베트남어 수업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있으면 참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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