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사회단체가 지난 7월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여당의 방송통신위원회 흔들기,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멈추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와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전현희) 등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을 빚고 있는 감사원이 30일 김의철 사장 등 <한국방송>(KBS) 경영진에 대한 감사 개시를 결정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는 ‘공영방송 장악 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언론노조는 이날 감사원의 감사 개시 결정 소식이 나오자 “정치권이 공영방송 사장을 내리꽂는 관행이 뿌리내린 탓에 정권만 잡으면 감사원을 동원한 표적 감사로 이 잡듯 뒤지고 뭐라도 꼬투리 잡아 사장을 해임하는 행태가 거듭되고 있다”며 “감사원을 동원한 현 정권의 치졸한 표적 감사 행태는 이명박 정부 당시에 진행된 방송장악 과정의 답습”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감사는 한국방송 노동조합과 공영언론미래비전100년위원회 등 보수 성향 단체의 국민감사 청구에서 비롯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6월20일과 7월4일 두차례에 걸쳐 감사원에 김의철 사장과 남영진 이사장 등 한국방송 이사진에 대한 감사를 청구했다. 김 사장에 대해서는 경력 기자 특별채용과 사옥 신축 계획 무단 중단에 따른 재산상 피해 발생 등을, 남 이사장 등 이사진에 대해서는 김 사장 임명제청 당시 이사회의 내부규칙 위반과 직권남용, 김 사장에 대한 검증 의무 미이행 등을 청구 사유에 포함시켰다.
감사원은 과거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2008년에도 보수 단체의 청구를 받아 정연주 한국방송 사장에 대한 감사를 벌인 적이 있다. 당시 감사원은 한국방송 누적 적자와 인사 논란 등의 책임을 물어 정 사장에 대한 해임 요구를 결정했다. 이후 정 사장은 이사회에서 해임됐으나, 해임처분 취소소송을 내 2012년 최종 승소했다.
감사원이 30일 <한국방송>(KBS)에 대한 감사 개시를 결정했다. 한국방송 제공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정권 교체 시기마다 반복되는 공영방송 사장에 대한 표적 감사 논란을 해소하려면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여야 정치권 모두가 동시에 공영방송 사장 임명 과정에서 손을 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감사원의 이번 감사 결정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위한 법 개정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더욱 강하게 증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방송은 감사원의 감사 개시 결정과 관련해 “국민감사 청구 사유의 시시비비를 명확히 가릴 수 있도록 성실히 감사에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최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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