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관저 변경 논란을 다룬 지난 4월27일치 <한겨레> 기사 갈무리 화면.
윤석열 대통령 관저 이전지를 외교장관 공관으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영향을 끼친 듯한 정황이 여럿 있다고 보도한 <한겨레> 기자가 지난 5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이날 한겨레가 보도한
‘김건희 “여기가 마음에 들어”…임장하듯 관저 결정?’ 기사의 작성자인 한겨레 기자를 불러 5시간 가량 조사를 벌였다. 해당 기사는 대통령 취임 전 윤석열 당선자 쪽이 새 대통령 관저를 애초 지목한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장관 공관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 김건희 여사의 외교장관 공관 방문(지난 4월16일 또는 17일)이 관저 변경(4월25일 발표)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여럿 발견된다는 점 등을 짚는 내용이다.
한겨레 기자가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부분적으로 확인한 고발장 내용을 보면, ‘대통령 관저를 육군참모총장 공관에서 외교장관 공관으로 변경한 것은 김 여사의 외교장관 공관 방문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김 여사가 외교장관 공관 방문 당시 “저 나무는 경치를 가리니 베어야겠다”고 지적했다’ 등의 기사 내용이 김 여사를 비방할 목적으로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김 여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내용이다.
고발인은 또한 “대통령 관저를 외교장관 공관으로 변경한 것은 청와대 이전 티에프(TF)에서 (…) 결정한 것으로 피해자 김건희는 관여한 바가 없고, 피해자 김건희는 공관 방문 당시 “나무를 베어야겠다”고 지적한 사실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는 소송에 앞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정정보도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고발인은 이런 중재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제3자에 대한 명예훼손’을 이유로 지난 6월께 고발장을 접수했다. 경찰은 피고발인인 이 기자의 거듭된 요청에도 고발 주체가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관저 변경 논란 등을 보도한 한겨레 기자에 대한 고발 사건 수사에 나서자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과 한국기자협회 등은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잇달아 비판 성명을 낸 바 있다.
언론노조는 이에 대해 지난 2일 성명에서 “이런 정치적 고발은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심각한 위해 행위”라며 “대통령실에 대한 언론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김건희라는 개인에 대한 비방으로 왜곡함으로써 대통령을 제왕으로 모시고 김건희는 여왕으로 보좌해야 한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기자협회도 같은 날 ‘권력 비판 틀어막으려는 형사고발 즉시 취하하라’ 제목의 성명을 통해 “당선자 부인은 고도의 투명성을 요구받는 공인이고, 이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책무”라며 고발 취하를 촉구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