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따져보니]
경영 투명성 등 언론 ‘사회적 책임’ 큰틀 확인
경영 투명성 등 언론 ‘사회적 책임’ 큰틀 확인
헌법재판소의 신문법 결정은 ‘언론 자유 침해’와 ‘언론의 사회적 책임’ 가운데 헌법 정신에 더 부합하는 것을 가렸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신문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쪽은 “이 법이 편집의 자유와 독립을 훼손하고 신문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비판해왔다. 반면 합헌을 주장한 쪽은 “언론의 사회적 책임과 여론 다양성을 지원하는 법”이라며 팽팽히 맞서왔다.
이런 의견 대립 속에서 헌재는 언론의 사회적 책임에 손을 들어줬다. 신문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사회적 책임을 높여 민주적 여론을 형성한다는 신문법의 취지를 헌재가 큰 틀에서 인정한 것이다.
헌재는 조선·동아일보사 등이 청구한 신문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성을 강조한 조항(신문법 4, 5조)에 대해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각하는 절차적인 요건을 갖추지 못해 아예 본안 심사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다. 보수 신문들의 무리한 정치적 공세임이 헌재 결정을 통해 확인된 셈이다.
신문발전위원회를 만들어 정부가 신문사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조항(27조)에 대해서도 헌재는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위헌을 주장한 쪽은 “정부가 신문을 지원하게 되면 언론을 통제하거나 규제할 수 있다”고 비판해왔다. 반면 정부 지원을 찬성한 쪽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듯 신문사를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경영자료 신고 조항(16조)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이 조항과 관련해 일부 신문은 “정부가 사기업의 경영 기밀을 파악하려는 반시장적 요구”라며 반발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신문사의 신고 사항 중 상당부분은 상법 등 다른 법률에서 이미 공시 또는 공개되고 있다”며 “전체 발행부수, 유가 판매부수, 구독수입과 광고수입과 같은 사항을 추가적으로 신고·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신문 특유의 기능보장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헌재는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 조항(17조)은 위헌으로 결정했다. 신문사의 평등권과 신문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신문사업자를 일반사업자에 비해 더 쉽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규제는 신문의 다양성 보장이라는 입법 목적 달성에 합리적 수단이 못 된다”고 밝혔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신문발전기금을 주지 않기로 한 규정(34조 2항2호)도 자연스럽게 위헌 결정이 났다.
헌재의 판단은 전체적으로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법 취지를 인정하면서도, 규제 방식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대목에 대해선 위헌 판결을 내린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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