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안기부의 도청 녹취록(엑스파일)을 보도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상호 <문화방송> 기자가 11일 오전 선고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으로 출두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 알권리 충족 정당행위”
국가안전기획부의 도청 녹취록(엑스파일)을 보도한 이상호(38) 〈문화방송〉 기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재판장 김득환)는 11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 기자에게 “이씨의 보도는 공적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킨 정당한 행위”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통비법에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규정돼 있지 않지만, 통신의 비밀과 언론 자유의 두 가지 기본권이 출동할 때는 일반적인 위법성 조각사유가 적용된다고 봐야 한다”며 “통신의 비밀을 침해해도 중대한 공익적 필요가 있다면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밝혔다. 위법성 조각사유란, 범죄행위의 요건에 해당하긴 하지만 ‘위법’은 아니라고 인정할 만한 특별한 사유를 일컫는 법률용어로, 정당행위나 정당방위 등을 말한다.
재판부는 “문화방송이 자료를 입수할 때 불법성을 알고 있었지만, 녹취록에 담긴 내용은 대기업·주요일간지 사장 등 고위경영자들 사이에서 논의된 대통령 선거 불법정치자금 지원문제 등 중요한 공익적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녹취록 전문을 보도한 김연광 〈월간조선〉 편집장에게는 “사생활을 포함한 녹취록 전문을 보도해 위법성이 조각되지 않는다”며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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