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자 〈중앙일보〉 갈무리.
“사람한테 짝퉁이 뭔가? 어이가 없다”
17일 오전, 포털사이트에는 때아닌 ‘짝퉁’ 논란이 일었다. ‘짝퉁’이란 말은, ‘표준어’가 아니라서? 아니다.
‘짝퉁’은 정확히 그 유래를 추측할 수 없는 신조어이지만, 그 뜻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친숙한 개념이다. ‘모조품’ ‘이미테이션’ ‘짜가’ ‘가짜’ ‘사이비’ 등 가짜상품을 일컫던 다양한 단어들이 ‘짝퉁’이란 말로 ‘평정’되었다. 이 말이 아직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현실적 쓰임이 문제될 것은 없어 보인다. 언어의 사회성, 가변성을 반영해 언중의 합의에 따라 뒤늦게 만들어지는 것이 사전이고 보면, 꼭 사전에 있는 말을 써야만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짝퉁’은 ‘명품’과 대비되면서, ‘싸구려 모조품’의 인상을 더욱 강하게 각인시켰다. 이른바 ‘명품’이 훌륭한 것이고, ‘짝퉁’이 저질인 것이냐 하는 것은 언어적 논의의 차원을 달리 하는, 복합적 문제다. 17일 사이버 공간에서 화제가 된, ‘짝퉁’ 논란은 단순했다.
중앙일간지에 실린 제목 ‘짝퉁 이영애’…사람이 ‘짝퉁’이라고?
17일자 <중앙일보>가 외국의 유명 연예인 닮은 사람 선발대회를 보도하면서 사람 앞에 ‘짝퉁’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사의 대상이 된 행사는 국내의 한 가전업체가 타일랜드 현지 법인에서 벌인 홍보행사로서, 회사의 광고모델인 유명 연예인을 닮은 사람을 선발하는 대회였다. 선발된 타이 모델은 한류스타 이영애를 꼭 빼어닮았다. 이 신문은 해당기사에 ‘짝퉁 이영애’라는 제목을 달았다.
‘짝퉁’이라는 단어가 사회의 유행어처럼 퍼져 있긴 하지만, 사람에게 ‘짝퉁’이라는 수식어를, 그것도 중앙일간지에서 붙인 것은 ‘애교’나 ‘센스’로 봐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간지에서 20여년을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는 한 현역기자는 “사람 앞에 짝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국인 같았으면 쓰지 못했을 표현인데, 외국인이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성토의 댓글을 쏟아냈다. 기사 내용에 대한 댓글보다 기사제목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루었다. 대부분 “사람 앞에 짝퉁이 뭐냐”는 ‘분노’였다.
신문 제목 문제많아…“국내 신문들, 뉴욕타임스선 못보는 ‘인용형 제목’ 선호” 비단 이 사례뿐만 아니라 그동안 신문 제목의 문제점은 언론학자나 시민단체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16일 충남 부여에서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신문제목 이대로 좋은가’라는 심층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임동욱 광주대 신방과 교수(공동발제 정미정 성균관대 박사과정)는 발제를 통해 “연구 대상의 신문들은 각 사안에 대해 신문사별로 가지고 있는 입장들을 반영하여 기사와 제목을 작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한 모습은 기사의 전반적 내용에서 드러나고, 제목의 왜곡에서도 드러나고 있으며 기사 제목의 축소나 과장은 편파 보도로 이어지고, 지나치면 왜곡 보도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5개 종합일간지의 올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간 ‘한미FTA’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 보도한 기사의 내용과 제목을 한국언론재단의 기사검색시스템 카인즈(www.kinds.or.kr)를 통해 분한 결과 조선일보와 뉴욕타임스의 제목 모두 본문 직역서술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조선일보의 경우 관계자 증언 등을 따옴표(“”) 처리하는 본문 인용형 기사제목이 22.3%나 돼 한 건도 없었던 뉴욕타임스와 대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임교수의 발제문을 보면 한미FTA 보도와 관련, 조사결과 본문 인용형 비율은 동아일보(128건 가운데 67건·52.3%) > 조선일보(127건 가운데 59건·46.5%) > 한겨레(186건 가운데 75건·40.3%) > 경향신문(201건 가운데 75건·37.3%) > 한국일보(171건 가운데 61건·35.7%)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문들은 기사 본문과 제목을 달리 뽑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기사 본문에선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주고받는 양국의 입장과 주장을 균형적으로 소개했으나, 제목에선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파장을 미치는 미측 발언만을 인용해 싣는 사례가 많았다. 연구조사결과, 한미 FTA·전시작전통제권 기사 ‘따옴표’ 제목 동아·조선1위 전시작전통제권을 보도한 기사 제목 가운데에도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본문인용형 서술이 많았다. 본문인용형 기사제목을 사용은 조선일보(167건 가운데 93건·55.7%) > 동아일보(94건 가운데 48건·51.1%) > 경향신문(55건 가운데 25건·45.5%) > 한겨레(79건 가운데 35건·44.3%) > 한국일보(113건 가운데 49건·3%) 순으로 집계됐다. 임 교수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라 불리우는 이런 제목뽑기에 대해 대해 “한국 신문의 경우, 본문 직역서술형보다는 본문해석서술형이나 본문인용형을 선호하는 까닭에, 제목 선정과정에서 선정적인 제목, 흥미 위주의 제목이나 본문의 축소, 과장,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또한 임 교수는 17일 〈한겨레〉와의 통화를 통해 “〈뉴욕타임스〉의 경우 제목이 설사 재미가 없더라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으나 유독 한국의 신문들만이 기사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인용부호를 사용한 제목을 선호하고 있다”며 “‘짝퉁 이영애’ 제목의 경우는 기사 내용에도 없는 것을 제목으로 뽑은 자의적 해석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짝퉁’이라는 단어가 사회의 유행어처럼 퍼져 있긴 하지만, 사람에게 ‘짝퉁’이라는 수식어를, 그것도 중앙일간지에서 붙인 것은 ‘애교’나 ‘센스’로 봐줄 수 있는 정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앙일간지에서 20여년을 편집기자로 일하고 있는 한 현역기자는 “사람 앞에 짝퉁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내국인 같았으면 쓰지 못했을 표현인데, 외국인이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누리꾼들도 성토의 댓글을 쏟아냈다. 기사 내용에 대한 댓글보다 기사제목에 대한 언급이 주를 이루었다. 대부분 “사람 앞에 짝퉁이 뭐냐”는 ‘분노’였다.
‘이영애 짝퉁’ 기사에 대해 누리꾼들은 성토의 댓글을 쏟아냈다.
신문 제목 문제많아…“국내 신문들, 뉴욕타임스선 못보는 ‘인용형 제목’ 선호” 비단 이 사례뿐만 아니라 그동안 신문 제목의 문제점은 언론학자나 시민단체들에 의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지난 16일 충남 부여에서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신문제목 이대로 좋은가’라는 심층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임동욱 광주대 신방과 교수(공동발제 정미정 성균관대 박사과정)는 발제를 통해 “연구 대상의 신문들은 각 사안에 대해 신문사별로 가지고 있는 입장들을 반영하여 기사와 제목을 작성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한 모습은 기사의 전반적 내용에서 드러나고, 제목의 왜곡에서도 드러나고 있으며 기사 제목의 축소나 과장은 편파 보도로 이어지고, 지나치면 왜곡 보도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서울에서 발행되는 5개 종합일간지의 올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3개월간 ‘한미FTA’와 ‘전시작전통제권’에 대해 보도한 기사의 내용과 제목을 한국언론재단의 기사검색시스템 카인즈(www.kinds.or.kr)를 통해 분한 결과 조선일보와 뉴욕타임스의 제목 모두 본문 직역서술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조선일보의 경우 관계자 증언 등을 따옴표(“”) 처리하는 본문 인용형 기사제목이 22.3%나 돼 한 건도 없었던 뉴욕타임스와 대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임교수의 발제문을 보면 한미FTA 보도와 관련, 조사결과 본문 인용형 비율은 동아일보(128건 가운데 67건·52.3%) > 조선일보(127건 가운데 59건·46.5%) > 한겨레(186건 가운데 75건·40.3%) > 경향신문(201건 가운데 75건·37.3%) > 한국일보(171건 가운데 61건·35.7%)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문들은 기사 본문과 제목을 달리 뽑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기사 본문에선 한미FTA 협상과정에서 주고받는 양국의 입장과 주장을 균형적으로 소개했으나, 제목에선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파장을 미치는 미측 발언만을 인용해 싣는 사례가 많았다. 연구조사결과, 한미 FTA·전시작전통제권 기사 ‘따옴표’ 제목 동아·조선1위 전시작전통제권을 보도한 기사 제목 가운데에도 ‘따옴표 저널리즘’이라 불리는 본문인용형 서술이 많았다. 본문인용형 기사제목을 사용은 조선일보(167건 가운데 93건·55.7%) > 동아일보(94건 가운데 48건·51.1%) > 경향신문(55건 가운데 25건·45.5%) > 한겨레(79건 가운데 35건·44.3%) > 한국일보(113건 가운데 49건·3%) 순으로 집계됐다. 임 교수는 이른바 ‘따옴표 저널리즘’라 불리우는 이런 제목뽑기에 대해 대해 “한국 신문의 경우, 본문 직역서술형보다는 본문해석서술형이나 본문인용형을 선호하는 까닭에, 제목 선정과정에서 선정적인 제목, 흥미 위주의 제목이나 본문의 축소, 과장,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또한 임 교수는 17일 〈한겨레〉와의 통화를 통해 “〈뉴욕타임스〉의 경우 제목이 설사 재미가 없더라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으나 유독 한국의 신문들만이 기사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인용부호를 사용한 제목을 선호하고 있다”며 “‘짝퉁 이영애’ 제목의 경우는 기사 내용에도 없는 것을 제목으로 뽑은 자의적 해석의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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