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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공산당이 싫어요’ 14년만에 진실 규명됐다?

등록 2006-12-01 19:15

대법 “원심 조치 수긍” 판결…“쟁점 회피” 반발
김주언씨쪽 “담당기자 위증죄 땐 재심 청구”
논란여지 많은데 조선일보선 확정된듯 보도

대법원이 최근 ‘이승복 사건’ 기사의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한 판결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담 대법관)는 지난달 24일 ‘1968년 <조선일보>의 이승복 사건 보도는 취재없이 작성된 기사’라고 보도한 혐의(명예훼손)로 불구속 기소된 김종배 전 <미디어오늘> 편집국장과 김주언 전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의 상고심에서 김주언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하지만 김씨 쪽은 “대법원이 주요 쟁점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회피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기사를 쓴 <조선일보>의 강인원 기자가 현장에 있었는지 여부다. 김주언씨의 변호를 맡은 김형태 변호사는 “강 기자가 ‘이승복 가족 살해 현장에서 촬영했다’며 법원에 낸 사진 속의 인물이 자신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한국사진학회의 감정결과, 강 기자가 지목한 인물은 마을 주민으로 고무신을 신고 있었다”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항소심 재판부는 2004년 10월 판결에서 “강 기자가 현장 사진에 자신의 모습이 찍혀 있다고 허위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낸 또다른 사진에도 <경향신문> 기자만 찍혀있을 뿐 강 기자는 전혀 나오지 않으며, <경향신문>기자와 강 기자가 서로 못 봤다고 진술하고 있음을 반박 근거로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또 “강 기자는 ‘이승복 가족의 시신이 마당에 옥수수섶 더미로 덮여 있었다’고 했지만, <경향신문> 기자에 따르면, 이미 그 시간에 시체는 입관돼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 사진과 관련해 <조선일보> 기자가 허위 진술했음을 인정하면서도, “사건 뒤 30여년이 지나 증인들의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강 기자와 <경향신문> 기자가 서로 못봤다고 진술한 것만으로는 현장에 없었다고 판단하기 어렵고, 시신 상태에 관한 마을 주민들의 진술을 종합하면 강 기자의 진술에 더 신빙성이 있다”며 김주언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또 항소심 재판부는 <경향신문> 기자의 증언에 대해 “당시 석간이던 <경향신문>은 마감시간(오후1시)에 쫓겨 자세한 취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핵심 쟁점에 대한 항소심 판단이 논란이 되고 있음에도 명확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대법원 판결문은 에이포(A4) 용지 3장 분량으로, 겉표지와 대법관 명단을 뺀 나머지 1장에 “원심 조치는 수긍이 간다”고만 짧게 적혀 있을 뿐이다.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할 땐 ‘원심 판단이 인정된다’고 밝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보다 확신의 정도가 떨어질 땐 ‘수긍이 간다’거나, ‘수긍하지 못할 바 아니다’라고 표현한다. 변현철 공보관은 “대법원이 하급심을 파기환송할 때를 빼고는 사실판단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 않는다”며 “이번 판단은, 현장 취재 여부와 관련해 의문점이 있지만 원심 판단을 뒤집기 어렵다는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논란의 여지가 있음에도 <조선일보>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 “14년만에 진실이 가려졌다”고 크게 보도했다. 김 변호사는 “대법원은 쟁점들에 대해 아무 해명없이 ‘수긍이 간다’로 끝냈다”며 “현재 진행 중인 민사재판 항소심에서는 이런 식의 판결문을 작성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강 기자가 항소심에서 지적한대로 위증죄로 처벌받으면, 대법원 확정판결이 났어도 재심청구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주언씨는 1998년 <조선일보> 기사를 ‘오보 전시회’에 전시한 혐의로, 김종배씨는 <미디어오늘> 등에 기사 조작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항소심에서 각각 징역6월, 집행유예 2년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조선일보>가 1999년 이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선 서울중앙지법이 2004년 “<조선일보>가 현장 취재한 것은 인정돼나, 의혹을 제기할 만한 공익성이 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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