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법 개정안 비교
여야 신문법 개정안 살펴보니
열린우리당 정청래 의원이 11일 ‘대규모 신문사업자’를 규제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신문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아직 당론으로 확정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여당 안으로 볼 수 있다. 지난달 한나라당이 개정안을 낸 데 이어 여당에서도 개정안을 발의함으로써, 지난 6월 헌법재판소가 신문법 일부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린 데 따른 법 개정 작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야 안이 모두 신문-방송 겸영을 금지한 현행법이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을 사실상 뒤엎은데다, 특히 한나라당 안은 신문유통원과 신문발전기금 등 현행 신문법의 주요 내용을 거의 삭제해 법안 처리 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정청래 의원의 법안은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린 ‘시장지배적 사업자’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대규모 신문사업자’란 새 개념을 도입한 게 핵심이다. 대규모 신문사업자는 다른 일간신문을 추가로 겸영하거나, 주식·지분을 취득할 수 없다. 현행법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해 공정거래법보다 훨씬 강화된 조건을 명시해서 위헌 결정을 받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규모 신문사업자’의 조건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한 것이 위헌이라며 조항 삭제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 모두 현행법에서 금지한 신문-방송 겸업을 사실상 허용한 것도 논란거리다. 정청래 의원의 안은 이종 매체간 상호 겸영을 금지한다고 하면서도, 뉴스통신과 방송이 일간신문의 주식이나 지분을 30%까지 갖도록 허용했다. 언론계에서는 30%가 사실상의 지배와 통제를 수반하는 겸영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나라당 안은 아예 일간신문과 뉴스통신, 방송사업의 동시 소유와 겸영이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일간신문이 발행부수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20% 미만이면, 방송사업 지분을 20%까지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시장점유율을 산정하는 대상에, 동일한 시장 범위로 묶기 어려운 일반 일간신문과 특수 일간신문, 무료신문 등을 모두 포함시킨 데 있다. 이런 구도 아래서는 한 신문사가 점유율 20% 이상을 차지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는 “시장점유율은 여론 독과점을 해소하기 위해 규정된 개념인데, 한나라당 안은 일반지와 특수지 등을 나누지 않고 모조리 합친 탓에 여론 다양성을 존중한다는 명분과 근거를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나라당 안은 경영자료 의무신고 규정 등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조항까지 삭제했다. 또 공동배달을 위한 신문유통원, 중소신문의 발행 적자를 개선하기 위한 신문발전기금을 폐지하는 대신, 신문 소유주나 발행인이 주도하는 신문재단을 신설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 안을 두고 “위헌 부분만 수정한 게 아니라 신문법을 전면 부정하고 무력화하는 내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당 안은 여전히 위헌 여지가 있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의견 차이가 워낙 뚜렷해, 여야 모두 신문법 개정안의 연내 국회 본회의 처리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걸 현실적인 목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노형석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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