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 발동 직후인 1975년 5월15일치 〈조선일보〉 사설(왼쪽)과 지난달 31일치 〈조선일보〉 사설(오른쪽)은 긴급조치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75년 ‘긴조 9호’ 당시 사설
긴급조치 위반 사건 판사 명단 공개를 두고 조선·중앙·동아일보 등은 매우 강하게 반대했다.
특히 〈조선일보〉의 반대 주장은 두드러진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31일치 ‘과거사위의 인민재판에 끌려나온 판사들’이라는 제목의 사설과 2월1일치 ‘오른 눈 감고 왼 눈만 뜬 과거사 규명’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하며 명단 공개 반대론을 폈다. 1일치 사설에선 진실화해위원회의 인적 구성을 거론한 뒤, “이 정권은 이렇게 ‘끼리끼리 코드’에 따라 뻔하게 진행되는 ‘과거사 뒤집기’가 선진 미래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윽박지르기까지 하니 참으로 얼굴이 두꺼운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
〈조선일보〉의 이런 태도는 30여년 전 긴급조치 9호 발동 직후인 1975년 5월15일치 자신들의 사설과 대비된다. 당시 〈조선일보〉는 ‘새 질서 확립의 이정’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긴급조치 9호 선포를 두고 “이정표는 제시됐다”고 추켜세웠다. 사설은 이어 “우리의 입지조건을 지양하는 날을 가져온다는 이념과 결의에서 유신을 지향한 헌법이 마련됐고, 그 헌법이 우리에게 요청한 새로운 생활질서를 외면하고 우리가 달리 갈길이 없음을 우리는 이 시점에서 거듭 확인하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이는 30여년 뒤인 지난 1월31일치 사설에서 스스로 “긴급조치는 비민주·반인권제도였다”고 말한 것과도 배치된다.
〈조선일보〉는 또 1월31일치 사설에서 “판사 명단 중 일부는 이미 30일 정권과 가까운 어느 언론에 공개됐다”며, ‘특종을 놓친’ 처지에서 〈한겨레〉의 특종 보도를 폄하하기도 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조선일보가) 한때 독재의 하수인으로 살았는지 몰라도, 민주화된 사회에서 미래를 꿈꾸는 주체가 되고자 한다면 사실은 사실로써 밝혀야 한다”며 “사실을 감추며 미래와 선진화를 얘기하는 것은 거짓”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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