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얀에 대한 오보를 낸 〈중앙일보〉와 〈데일리서프라이즈〉.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비판 불구 갈수록 기승…오보·명예훼손·공공성 외면
네이버가 언론사 기사검색을 직접링크로 바꾼 이후 인터넷언론사들의 ‘검색어 장사’가 도를 넘고 있다.
네이버 검색을 통한 유입자를 늘리기 위해 언론사들이 ‘인기 검색어’ 팔아먹기 기사를 생산하는 데 대해 여러 차례 비판이 제기됐지만,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한겨레〉가 “언론사들 ‘꼼수기사’에 누리꾼들 ‘낚시하지마’” 기사를 내보낸 뒤 기사유형은 검색어 단순소개에서 좀더 살을 붙여 늘린 형태로 기사가 작성되고 있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는 형태다.
더욱이 이런 ‘검색어 소개’ 기사는 기본적 사실확인도 하지 않아 오보를 내보내는가 하면 인권침해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인터넷언론끼리 경쟁적으로 검색어 기사를 ‘베끼면서’ 오보까지 베끼고, 정정보도를 하는 사례까지 생겨나고 있다. 이런 배경에는 포털에 인기 검색어로 뜬 단어를 포함한 기사를 생산하면, 누리꾼이 포털에서 인기검색어를 클릭할 경우 이에 관한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의 기사가 ‘직접링크’되어, 자사 사이트 방문자 증대 및 이를 통한 광고수익 증대로 이어지는 상황이 있다.
이런 인터넷언론사의 행태는 수익증대를 가져와 언론으로서의 기반을 탄탄하게 하기보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훼손하고, 신뢰도를 훼손해 자신들의 존재 기반을 허물어버릴 위험성을 안고 있어 우려된다.
개선되지 않는 인터넷언론의 ‘검색어 장사’
28일 오후 5시 현재 네이버에서 인기 검색어 2위인 ‘조명진’을 검색해봤다. 조명진은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즈의 박한이 선수의 애인으로 소개되어 순위가 급등한 경우다. 결과를 보니 〈데일리서프라이즈〉의 “바비인형 출산충격, 이젠 동영상으로~~” 기사가 제일 먼저 검색됐다. 여전히 ‘검색 어뷰징’(검색결과 왜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데일리서프라이즈〉뿐만이 아니다. 〈조선일보〉, 〈매일경제〉, 〈한국일보〉도 조명진을 소개하는 단순 검색어 소개 기사를 만들어 냈다. 다음은 ‘조명진’으로 검색했을 때 검색된 언론사들의 제목이다.
탤런트 이하얀씨, 졸지에 성인영화 배우?
지난 20일 오전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서 ‘이하얀’, ‘이로운’이라는 인물이 상위에 올랐다. 전직 에로배우였던 이하얀씨가 한 케이블방송사의 남녀 미팅 프로그램에 ‘이로운’으로 출연했다는 사실이 기사화되면서 누리꾼들의 앞다투어 검색을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인기검색어 상위에 오른 이 단어(이하연, 이로운)를 이용해 ‘검색어 기사 장사’에 들어간 일부 언론사는 오보마저 베끼는 웃지못할 ‘사태’를 빚었다. 〈중앙일보〉인터넷사이트는 이날 “영화배우 이미숙과 홍성호 박사의 이혼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난 2003년 이혼한 영화배우 허준호와 이하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도 허준호씨의 전 부인인 동명이인 이하얀씨의 사진을 내걸었다. 하지만 기사 내용이 엉뚱한 것으로 밝혀지자 이 사이트는 기사를 삭제하고 내용을 바꾸었다. 인터넷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는 이 오보를 그대로 받아 오보 기사를 작성했다.
공공적 사안 보도해야 할 언론이 `염치 불구' 검색어 장사
잇단 비판과 오보 행진 불구하고 자성과 대책없어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사안을 기사로 다뤄야 할 언론이 ‘검색어 장사’를 위해 앞다퉈 연예인 관련 동정을 ‘속보’로 처리하고,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아 오보를 내고, 또 오보를 베끼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일 오후〈중앙일보〉사이트는 “이하얀-이로운 관련기사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내 “혼동을 끼쳐드려 사과드립니다”라고 공식사과했다. 〈오마이뉴스〉도 이 검색어 기사 생산에 동참했다가 정정보도를 했다. 이번에도 갑자기 떠오른 인기검색어를 기사화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27일, 탤런트 김혜성의 여자친구라고 누리꾼들이 지적한 ‘황유리’라는 인물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중앙일보〉사이트가 이를 보도하자, 〈오마이뉴스〉는 “〈중앙일보〉가 김씨와 또래 여성이 함께 찍은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게재했다” 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미 기사가 나갈 때는 〈중앙일보〉에선 해당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상태였다. 〈오마이뉴스〉 는〈중앙일보〉의 문제제기로 정정보도를 했다. 실시간 인기검색어 흐름에 맞추어 급하게 기사를 생산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잇단 비판 불구 ‘장사’ 갈수록 심해…
전문가 “의제설정 고민 없어” 〈조선일보〉인터넷사이트도 최근 ‘만화경’이란 고정 꼭지를 만들어, 포털의 인기검색어 소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 이슈를 다룬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다룬 조선일보판 ‘검색어 장사’에 다름 없다. 포털의 인기검색어는 누리꾼들의 관심사이므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기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생산에 나서고 있는 대부분의 검색어 기사들은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통한 유입자를 늘리기 위해 ‘소개’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12월 네이버가 기사 검색을 직접링크로 바꾼 뒤 생겨난 이런 ‘검색어 기사생산’에 대해 언론관련 매체들은 잇단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2월15일 ‘닷컴사, 아웃링크 서비스로 ‘검색어 장사’’ 기사를 실어, 편법을 동원한 페이지뷰 늘리기를 비판하고 결국 이는 온라인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잇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디어오늘>도 지난 1월18일 ‘네이버 아웃링크, 부작용 심각’ 기사를 실어, 일부 언론의 트래픽 경쟁으로 함량미달 기사가 생산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유진 사무처장은 28일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다 해도 그것이 뉴스로서의 가치를 지니려면 보도 후의 파장과 공익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며 “현재 생산되고 있는 검색어 소개 기사들은 저널리즘 차원에서 의제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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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 ‘이하얀’ 관련 중앙일보 인터넷사이트의 정정보도.
잇단 비판과 오보 행진 불구하고 자성과 대책없어 공공적이고 사회적인 사안을 기사로 다뤄야 할 언론이 ‘검색어 장사’를 위해 앞다퉈 연예인 관련 동정을 ‘속보’로 처리하고, 기초적인 사실 확인도 하지 않아 오보를 내고, 또 오보를 베끼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20일 오후〈중앙일보〉사이트는 “이하얀-이로운 관련기사 바로잡습니다”라는 정정보도문을 내 “혼동을 끼쳐드려 사과드립니다”라고 공식사과했다. 〈오마이뉴스〉도 이 검색어 기사 생산에 동참했다가 정정보도를 했다. 이번에도 갑자기 떠오른 인기검색어를 기사화하면서 생긴 문제였다. 27일, 탤런트 김혜성의 여자친구라고 누리꾼들이 지적한 ‘황유리’라는 인물이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중앙일보〉사이트가 이를 보도하자, 〈오마이뉴스〉는 “〈중앙일보〉가 김씨와 또래 여성이 함께 찍은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게재했다” 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미 기사가 나갈 때는 〈중앙일보〉에선 해당사진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상태였다. 〈오마이뉴스〉 는〈중앙일보〉의 문제제기로 정정보도를 했다. 실시간 인기검색어 흐름에 맞추어 급하게 기사를 생산하면서 생긴 일이었다.
〈오마이뉴스〉의 정정 보도문
전문가 “의제설정 고민 없어” 〈조선일보〉인터넷사이트도 최근 ‘만화경’이란 고정 꼭지를 만들어, 포털의 인기검색어 소개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인터넷 이슈를 다룬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실시간 인기 검색어를 다룬 조선일보판 ‘검색어 장사’에 다름 없다. 포털의 인기검색어는 누리꾼들의 관심사이므로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기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생산에 나서고 있는 대부분의 검색어 기사들은 실시간 인기검색어를 통한 유입자를 늘리기 위해 ‘소개’ 이상의 기능을 하고 있지 않다. 지난해 12월 네이버가 기사 검색을 직접링크로 바꾼 뒤 생겨난 이런 ‘검색어 기사생산’에 대해 언론관련 매체들은 잇단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다. <기자협회보>는 지난 2월15일 ‘닷컴사, 아웃링크 서비스로 ‘검색어 장사’’ 기사를 실어, 편법을 동원한 페이지뷰 늘리기를 비판하고 결국 이는 온라인저널리즘을 위협하고 잇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미디어오늘>도 지난 1월18일 ‘네이버 아웃링크, 부작용 심각’ 기사를 실어, 일부 언론의 트래픽 경쟁으로 함량미달 기사가 생산되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김유진 사무처장은 28일 “인터넷에서 이슈가 된다 해도 그것이 뉴스로서의 가치를 지니려면 보도 후의 파장과 공익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며 “현재 생산되고 있는 검색어 소개 기사들은 저널리즘 차원에서 의제설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다” 고 말했다. 〈한겨레〉온라인뉴스팀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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