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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닫힌 참여정부’…정보 접근 벽 높아질라

등록 2007-05-21 19:15수정 2007-05-21 22:22

서울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이 21일 오후 경찰서 기자실에서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A href="mailto:jsk@hani.co.kr">jsk@hani.co.kr</A>
서울 종로경찰서 출입기자들이 21일 오후 경찰서 기자실에서 기사를 송고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기자실이 통폐합되면 장기적으로 출입처 위주의 취재관행 변화, 권언유착 차단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외국과는 다른 국내 현실을 고려했을 때, 당장 밀어붙일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기자실 통폐합이 장기적으로는 장점이 있을지 몰라도 당장 우리 현실에 대입하면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 저하, 관급 기사 양산 등 더욱 많은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입처 저널리즘’ 벗어날 수도

전문가들은 출입처 위주 취재관행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기자실 통폐합이 가져올 가장 큰 장점으로 꼽는다. 출입처에 매몰된 일선 기자들이 정책이나 사회현상을 큰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공급자 위주의 좁은 시각으로 다뤄 기사의 깊이가 얕고 일방적이라는 단점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기자실 통폐합이 결과적으로 출입처 중심의 취재 시스템을 바꾸는 데 기여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자들이 특정 출입처가 아니라 여러 부처를 넘나들며 종합적으로 취재해 심층 보도를 하는 시스템으로 바뀌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방식에 따른 부작용도 사라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정치학부 교수는 “과거 기자실에는 촌지 수수의 창구, 기사 담합, 폐쇄적 취재구조 형성 등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며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은 언론의 부당한 정치적 개입이나 특혜를 없애겠다는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서중 교수도 “기자실을 통해 언론사들이 압력단체가 된다든지, 브리핑 룸으로 바뀐 뒤에도 신생 언론사나 작은 언론사에 문턱이 높다든지 하는 폐해들을 기자실 통폐합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낮은 투명성·비밀주의 놔둔채…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정보공개 수준이나 투명성이 선진국에 한참 못 미치는 현실에서 기자실을 통폐합하면 정보 접근성만 더 떨어질 뿐이라는 것이다. 김창룡 교수는 <신문과 방송> 5월호에 실은 ‘기자실 존폐와 브리핑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한국의 지난해 국제투명성지수는 세계 40위권으로, 오이시디(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할 만큼 비밀이 많고 투명하지 않은 수준”이라며 “정보공개법이 10년째 운영되고 있지만, 제한되는 부분이 많고 의도적으로 공개를 안 해도 처벌조항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현실과 관료들의 고질적인 비밀주의를 도외시한 채 기자실을 축소하고 브리핑제를 강화한다면 언론의 감시·견제 기능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를 빚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들이 일선 부처와 지리적으로 떨어진 통합 브리핑실에만 출입이 제한될 경우, 더 깊은 정보를 취재하고 싶어도 담당 공무원과 만날 약속을 잡기도 어려울 뿐더러, 기사 마감시간에 쫓겨 멀리 떨어진 해당 부처로 이동하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부는 해당 부처로의 출입을 최대한 통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깊은 정보로의 접근이 사실상 차단되는 셈이다.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개해도 쌍방향이 아닌 일방향이어서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 의존기사 쏟아질 우려

이처럼 정보의 통로가 극히 제한되면서 정부 보도자료에만 의존하는 기사들이 양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윤영철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003년 브리핑제가 처음 도입되면서부터 정부 발표에만 의존하는 기사가 난무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불거져 왔다”며 “이번에 브리핑제를 더욱 강화하면 정부 정책 관련 기사는 보도자료를 약간 보완해 옮기는 형태에 그치는 등 기사의 질이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많은 정부 부처의 브리핑을 극히 제한된 장소에서 모두 소화한다는 발상도 현실적 어려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정해진 시간 안에 부처별로 돌아가며 브리핑을 할 경우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해당 부처는 재빨리 브리핑을 마무리짓고 다음 부처에 자리를 내줘야 하고, 이를 취재하는 담당 기자들도 마찬가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각적인 질문을 하고 싶어도 시간에 쫓겨 묻지 못할 수도 있다.

김창룡 교수는 “정부의 ‘브리핑’이 과연 기자들의 취재를 돕는 데 활용될지, 아니면 정부가 알리고 싶은 것만 발표하는 홍보용 ‘리포팅’으로 전락할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알맹이 없는 일방적 홍보성 발표만 이어진다면, 기자들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비판했다.

합의 없는 ‘정부 독주’가 논란 불러

무엇보다도 정부가 취재·보도 행태를 급작스레 바꾸겠다고 나선 것은 파행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정부와 언론·국민과의 관계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끌어갈 성격이 아니라는 것이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기존의 폐쇄적 기자실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점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이뤄져 있지만 정부가 단독으로 급작스럽게 추진할 사안은 아니다”라며 “기자협회, 언론학회 등 여러 관련 단체들과 만나 모두가 합의하는 대안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참여정부 기자실 운영방안 변화
참여정부 기자실 운영방안 변화

브리핑제=정부 당국자가 기자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정책을 설명하는 질의응답을 하는 방식이다. 기자들이 취재원의 사무실을 개별적으로 찾아가거나 별도 약속을 잡아 취재하는 방식과 구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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