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은 경우 시작단계
인터넷에 실려 있는 과거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다는 하소연과 수정·삭제 요구는 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할 기준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참고가 될 만한 판례도 아직 없다. ‘알 권리’와 ‘프라이버시’가 충돌하는 이 문제는 비로소 논의가 시작되는 단계다.
오보나 과거 기사 때문에 피해를 입을 경우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기사를 고치는 일은 당연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복잡하다. 언론의 기능에는 공적인 관심사를 전달하는 역할과 함께 ‘사료적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기사 당사자의 요구에 따라 지난 기사를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것은 역사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해완 변호사는 “기사는 일종의 사료이기 때문에 함부로 후수정과 삭제가 이루어지면 곤란하다”며 “개인의 권익보호와 언론의 사료적 역할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언론이라는 알 권리를 위한 사회적 공기와,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돌하는 아주 복잡한 상황”이라며 “헌법적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이희완 인터넷부장은 “언론의 사료적 가치를 언급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변명”이라며 “인터넷 상에서는 알 권리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부장은 “잘못된 기사나 지나친 사생활 노출로 인한 피해는 법으로 적극 구제해야 하며 오보였을 경우 포털이나 인터넷 언론들도 처음 기사가 나갔을 때와 동등하게 처리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공익에 관련한 공인일 경우 개인 프라이버시 문제와는 다르게 보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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