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 유림회관에서 열린 전국언론노조 중앙위원회에서 이준안 위원장(오른쪽)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에 앉은 이는 허찬회 수석부위원장. 전국언론노조 제공
‘회계부정 의혹’ 둘러싼 내홍 끝에 이준안 위원장 사퇴
권한대행 자리놓고 KBS노조쪽-나머지 조합들 대립
권한대행 자리놓고 KBS노조쪽-나머지 조합들 대립
이준안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지난 20일 취임 넉달여 만에 조합원들의 불신임을 받고 물러났다. 언론노조는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 보궐선거 체제에 들어갔다. 그러나 위원장 권한대행 자리를 놓고 자격 시비가 일고 한국방송 노조가 언론노조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는 등 또다시 내홍이 재연될 태세다. 언론노조가 새 위원장을 선출하고 조직을 추스리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준안 위원장 사퇴 왜?=이 위원장은 취임하자마자 불거진 전임 집행부 회계부정 의혹에 대해 “내부 진상조사가 먼저”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묵살하고 지난 4월 홀로 검찰수사 의뢰를 강행했다. 여기에는 이 위원장의 소속사로 그가 당선되도록 적극 지원한 한국방송 노조의 압박도 작용했다. 이전부터 언론노조 전임 집행부와 크고작은 갈등을 빚어온 한국방송 노조는 회계부정 의혹을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이 정치자금 부분을 수사하면서 불똥이 민주노동당·민주노총 등 범진보 진영으로 튀자 이 위원장의 입지는 점차 좁아져갔다. 이 위원장은 뒤늦게 “민주개혁세력에 상처를 주게 돼 유감”이라고 사과했지만, 언론노조 안팎의 따가운 눈총 속에서 무너진 리더십을 되찾기엔 힘이 부쳤다. 한국방송 노조는 전임 집행부 의혹에 집요하게 매달리며 이 위원장을 더욱 강하게 압박했다.
양쪽 사이에 끼어 한계를 느끼던 이 위원장은 스스로 재신임을 묻는 승부수를 던졌다. 조합원들의 재신임을 얻어 무너진 리더십을 회복하든지 아니면 물러나든지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지난 20일 중앙위원회 투표에 부친 위원장 재신임안은 찬성 16.5%, 반대 83.5%로 부결됐다. 이 위원장은 즉시 자진사퇴했다. 한국방송 노조 쪽은 이날 중앙위원회에 대부분 불참했다. 박승규 한국방송 노조위원장은 “우리가 밀어 당선시킨 위원장이지만, 기득권을 지키려는 전임 집행부 세력과 싸우기엔 역부족이었다”며 “그를 당선시킨 건 우리의 판단 착오였다”고 이 위원장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다시 내홍 조짐=중앙위원회는 이날 최창규 부위원장을 위원장 권한대행으로 선임했다. 이 위원장 대신 회의를 주재한 최상재 임시의장은 “규약에는 위원장 유고시 수석부위원장이 대행하기로 돼 있지만, 위원장이 불신임을 받아 물러난 만큼 ‘러닝메이트’로 선출된 수석이 대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중론”이라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자리에 있었던 허찬회 수석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허 수석은 23일 보도자료를 내어 “규약에 따라 수석부위원장인 제가 위원장 권한대행을 수행하겠다”며 “최 부위원장이 계속 위원장 권한대행을 자처한다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변호사·노무사의 유권해석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 한국방송 노조위원장은 “허 수석이 위원장 권한대행을 맡아 회계부정 세력 청산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부위원장은 “최근 언론노조 사무실에 거의 나오지 않던 허 수석이 뒤에서 특정사 노조와 결합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조직에 애정을 갖고 사무실에 들어온다면 대화할 용의가 있지만, 조직에 흙탕물을 튀기려는 의도라면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뭉친 언론노조 다수파와, 허 수석과 한국방송 노조가 결합한 소수파 간에 전선이 갈린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위원장의 남은 임기가 6개월 이상인 만큼 규약에 따라 보궐선거로 새 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데 양 진영 간에 이견은 없다. 다만 수석부위원장의 경우 의견이 엇갈린다. 허 수석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보이는 반면, 언론노조 내부에선 위원장 선거 때 ‘러닝메이트’로 다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언론노조 내부에선 최상재 에스비에스 노조위원장이 새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방송 쪽은 “보궐선거와 관련해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다”며 관망하고 있지만,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앞으로의 전망=위원장의 남은 임기가 6개월 이상인 만큼 규약에 따라 보궐선거로 새 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데 양 진영 간에 이견은 없다. 다만 수석부위원장의 경우 의견이 엇갈린다. 허 수석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는 뜻을 보이는 반면, 언론노조 내부에선 위원장 선거 때 ‘러닝메이트’로 다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언론노조 내부에선 최상재 에스비에스 노조위원장이 새 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한국방송 쪽은 “보궐선거와 관련해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다”며 관망하고 있지만, 독자 후보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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