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바뀐 내용들
언론연대 “아쉽지만 긍정적”…기자협회 “기만책”
현정부 사실상 마지막카드…차기정권서 재론될듯
현정부 사실상 마지막카드…차기정권서 재론될듯
정부가 14일 발표한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관련 총리훈령 최종안은, 그동안 대립해온 정부-언론의 갈등을 봉합하려는 언론개혁 시민연대(언론연대)의 중재안을 적극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애초 △브리핑룸·기사송고실 통폐합 △공무원 취재응대 때 홍보담당 부서 경유 의무화 △기자들의 부처 사무실 출입 통제 등 세 가지를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의 뼈대로 삼았다. 그러나 언론은 취재접근권을 크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언론·시민단체들도 일부 취재접근권 제한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정부와 언론이 평행선을 달린 가운데, 언론연대는 지난 11일 중재안을 내놨다. ‘취재시스템 개편에 관한 언론연대의 입장’을 발표해 총리훈령 가운데 취재접근권을 제한하는 대표적 ‘독소 조항’으로 꼽혀온 11조와 12조 삭제를 요구한 것이다. 대신 브리핑룸 통폐합에 대해선 “상당한 폐해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 부처별 출입기자제 관행을 없애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조건부 동의 뜻을 나타냈다. 언론연대는 전국언론노조·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단체들이 두루 참여한 모임이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지난 13일 이와 비슷한 내용의 중재안을 발표해 갈등 봉합 기류에 힘을 보탰다.
이에 정부는 발빠르게 언론연대와 대통합민주신당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총리훈령 최종안을 발표했다. 기존 정부 방안에서 브리핑룸 통폐합을 제외한 나머지 두 뼈대를 포기한 것이다. 이런 내용의 총리훈령이 확정되면, 기자들은 공무원을 취재할 때 홍보담당 부서를 거칠 필요가 없고, 전화 취재는 물론 간부급 공무원의 경우 사전 약속만 하면 사무실에 찾아가 대면취재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정부가 중재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애초 입장에서 크게 물러선 것은, 언론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거센데다, 언론과 시민단체의 주장이 나름대로 합리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서 기자들도 한 발 물러나 통합 브리핑룸으로 옮기도록 압박하는 효과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기자협회는 “정부 발표안은 기만적인 미봉책”이라며 여전히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기자협회 취재환경개선 특위의 박상범 위원장(한국방송 소속)은 “공무원들은 진작부터 부처 내규를 들어 홍보담당 부서를 경유하라며 취재를 거부하고 있다”며 “총리훈령 11·12조를 삭제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특별한 이유없이 취재에 불응하는 공무원에 대한 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자협회 특위는 17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 앞에서 정부 방안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어쨌든 정부는 한가위 연휴 기간 즈음 통합 브리핑룸 공사를 마친다는 태세다. 연휴 기간에 대부분의 기자들이 자리를 비워 공사 진행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예정대로 공사를 마치게 되면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 논란은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다음 정부 들어 현 정부 방안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어, 차기 정권에서 논란이 재연될 가능성은 남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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