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 지하1층 기자회견장에서 삼성특검 수사와 관련해 그룹 회장직에서 퇴진키로 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기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한겨레 창간 20돌] 세상을 바꾼 20년
SK 편법증여·두산 총수일가 불법 등 끈질긴 추적 보도
“신자유주의 대안·서민 삶 더 심층적 접근 필요” 지적도
SK 편법증여·두산 총수일가 불법 등 끈질긴 추적 보도
“신자유주의 대안·서민 삶 더 심층적 접근 필요” 지적도
■ 경제 민주화 얼마나 이뤘나
“재벌개혁을 중심으로 한 경제 민주화를 위해 끊임없는 의제 제시로 여론을 선도하고, 개혁·진보 진영의 든든한 대변자 구실을 했다.”
지난 20년 <한겨레>를 지켜봐 온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경제 분야의 성과를 이렇게 간추린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특검 수사와 삼성의 경영 쇄신안 발표로 이어진 삼성 비자금 사건은 무소불위의 권력이 된 재벌을 바로잡고, 공정·투명하고 합리적인 시장경제를 만들고자 하는 한겨레의 ‘근성’이 낳은 대표적 성과다. 한겨레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삼성의 위기를 예견했다. 총수일가의 황제경영과 경영권 세습, 그룹 사령탑인 구조조정본부의 불법·비리, 순환출자에 의존한 후진적 지배구조 등을 끈질기게 추적 보도했다. <한겨레 21>의 ‘절묘한 세습, 정부를 비웃다’(97년 4월24일)는 삼성의 세습을 사회적 관심사로 끌어올리는 신호탄이었다. 시민사회 단체들의 잇따른 고소·고발을 외면하던 검찰을 움직이게 만든 것도 ‘재용씨 에버랜드 주당 7700원에 매입 … 삼성 계열사는 10만원에’(03년 6월12일치)와 ‘서울통신기술도 전환사채 헐값 배정’(03년 10월21일치) 같은 특종보도들이었다.
다른 재벌들 역시 성역 없는 보도의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에스케이 편법증여 및 부당 내부거래’(98년 1월24일치), ‘두산 총수일가 이자 128억 회삿돈으로’(05년 8월10일치) 등의 보도는 정치권력뿐만 아니라 자본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신문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줬다.
‘소액주주운동 새물결’(98년 2월), ‘사회책임 경영시대’(03년 12월), ‘기업 지배구조 이젠 경쟁력이다’(04년 3월) 등은 한국 사회의 화두가 정치 민주화에서 경제 민주화로 옮겨가는 것을 선도한 기획들이다. 신자유주의를 뛰어넘어 성장 잠재력을 배양하기 위한 새 대안 모색도 빠지지 않았다. ‘중소기업 살려야 한다’(89년 3월), ‘분배와 성장 두 날개로 날다’(03년 8월), ‘기업-사회 상생 지속가능의 길’(04년 6월), ‘양극화를 넘어-동반성장의 길’(05년 4월), ‘지속가능 기업으로 가는 길’(07년 8월) 등이 대표적이다.
집값 안정, 신용불량자 구제, 자영업 대책 등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한겨레의 노력은 ‘1%’ 부자들만 대변하는 보수언론과는 다른 점을 보였다. 특히 극심한 집값 불안과 거센 종부세 반발에 시달렸던 참여정부에서는 ‘요동치는 집값 대책없나’(03년 5월),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건 다듬자’(04년 11월), ‘집값 이렇게 잡자’(05년 8월), ‘부동산 광풍이 남긴 것’(06년 11월) 등 심층기획으로 투기세력에 흔들리는 정책을 떠받치는 버팀목이 됐다.
“신자유주의 대안이나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문제를 다룰 때 더욱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의제 설정과 비전 제시가 요구된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의 제언은 한겨레의 경제보도가 가야 할 길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신자유주의 대안이나 서민들의 삶과 밀접한 문제를 다룰 때 더욱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의제 설정과 비전 제시가 요구된다.” 김기원 방송대 교수의 제언은 한겨레의 경제보도가 가야 할 길이다.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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