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언론권력’ 대해부 침묵 카르텔 깨

등록 2008-05-14 19:55수정 2008-05-14 19:57

‘언론권력’ 대해부 침묵 카르텔 깨
‘언론권력’ 대해부 침묵 카르텔 깨
[한겨레 창간 20돌] 세상을 바꾼 20년
■ 언론 분야 무얼 바꿨나

보사부 기자단 돈봉투 폭로 언론계 촌지 추방 계기로
첫 가로쓰기 편집·순한글 기사 읽기 편한 신문 ‘혁명’
‘국민기자석’ ‘왜냐면’ ‘한토마’ 독자 참여 공간 넓혀

1991년, 당시 중앙 일간지와 방송사의 보건사회부 출입기자들이 국외취재를 다녀왔다. 경비는 대우재단과 아산재단한테서 거액의 후원금을 받고, 제약·제과·화장품 회사 등에 촌지를 요구해 충당했다. 취재를 빙자한 공짜 여행이었다. 이때까지 정부 기관이나 관공서를 출입하는 기자단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창간과 함께 국내 언론 최초로 윤리강령을 만들어 촌지 거부를 명문화하고 출입처 중심 취재에서 벗어난 <한겨레>는 1991년 11월1일치 사회면에 이른바 ‘보사부 촌지사건’을 보도했다. 공공연한 관행이었던 기자단의 거액 촌지 수수가 처음으로 만천하에 알려지는 순간이었다. 당시 보사부 기자단 19명이 지원받은 돈은 8850만원, 한사람에 465만원 꼴이었다. 이 보도 이후 각 언론사도 잇따라 윤리강령을 채택해 자정운동에 나섰고, ‘권-언 유착’의 상징이었던 촌지가 점차 사라지는 계기가 됐다.

‘정치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고 탄생한 한겨레는 창간 그 자체가 세상을 바꾼 일대 사건이었다. 여론매체부를 두고 국내 종합 일간지로는 최초로 다른 신문과 방송 등에 대한 매체비평을 시도함으로써. 그때까지 금기시됐던 언론계의 ‘침묵 카르텔’을 처음으로 깼다.


창간호에서 권언유착 실태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 것을 시작으로 한국 언론의 왜곡보도 실상과 고질적 병폐들을 더덜없이 드러냈다. 2001년 봄, 25차례에 걸쳐 연재한 ‘심층해부 언론권력’은 이런 노력의 집대성이었다. 법 위에 군림하는 언론권력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쳤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친일 행적도 재조명했다. 이로 말마암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제기한 소송에 맞서 7년 동안 송사를 벌였다. ‘조선’은 2심 진행 도중 소를 취하했고, ‘동아’는 끝까지 법원의 판단을 물었지만 대법원은 지난 2월14일 “한겨레 보도는 객관적 진실에 부합하거나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한겨레의 손을 들어주었다.

한겨레가 창간호부터 국내 종합 일간지 최초의 전면 가로쓰기 편집과 순한글 기사 쓰기, 우리말 제목달기 등을 도입한 것도 한국 신문사에서 혁명적인 일이었다. 남녀노소 누구나 한글만 깨치면 신문을 좀더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독자들의 ‘언론 접근권’을 보장한 이 시도는 10여년 만에 국내 모든 종합일간지가 뒤따랐다. 일제 이래 권위와 특권을 상징하던 세로 편집, 한자 제호 등을 고집하던 거대 언론사들도 대세를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또 독자들의 투고면을 따로 두어 생생하고 날카로운 의견을 거르지 않고 소개했다. 초기 ‘국민기자석’에서 ‘독자기자석’ ‘왜냐면’으로 이어진 예리한 필봉은 수많은 숨은 논객들을 발굴해 내고 있다. 이는 언론사마다 옴부즈맨 시스템을 도입하는 실마리가 됐고,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온라인 시민기자제’의 모태로 평가받는다. <인터넷 한겨레>에서도 누리꾼 독자들의 토론공간인 ‘한토마’는 가장 활발하고 뜨거운 시민여론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이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