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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독자엔 편하되 ‘초심’ 묵직하게 지켜야죠

등록 2008-05-15 16:07수정 2008-05-16 09:45

‘내가 2028년 한겨레 편집국장이라면’ 방담에 참여한 학생들이 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김종구 편집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배윤재(건국대), 김현영(고려대), 배현아(덕성여대), 김종구 국장, 정소진(연세대), 김승현(서울사이버대학). 김명진 기자 <A href="mailto:littleprince@hani.co.kr">littleprince@hani.co.kr</A>
‘내가 2028년 한겨레 편집국장이라면’ 방담에 참여한 학생들이 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김종구 편집국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배윤재(건국대), 김현영(고려대), 배현아(덕성여대), 김종구 국장, 정소진(연세대), 김승현(서울사이버대학).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겨레 창간 20돌] 출발! 새로운 20년
내가 2028년 한겨레 편집국장이라면
사회분화 따라 기자전문성 키우고
‘맞춤형’ 신문 도입 동영상 중요
바른 길 걸으면 천천히 가도 돼

내가 2028년 한겨레신문사 편집국장이 되면 어떨까? 내가 편집국장이라면 20년 뒤 어떤 신문을 만들고 싶을까? 2028년 5월16일치 <한겨레> 1면엔 어떤 기사가 실릴까? 20대들에게 물었습니다. 한겨레에 관심을 갖고 있던 학보사 기자 출신 대학생, ‘2028년 한겨레 편집국장을 모집한다’는 인터넷한겨레 공고를 보고 연락해온 대학 새내기 등 다양한 20대들이 ‘가상의 답’을 찾고자 머리를 맞댔습니다. 2028년 한겨레 편집국장을 꿈꾸는 20대 다섯 명이 그리는 20년 뒤 한겨레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① 2028년 5월16일치 한겨레를 만든다면, 주요 기사는?

현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늘어날 거야. 가족끼리 대화가 단절되고 점점 유대감이 없어지니까. 신문에 초등학생이 쓰는 칼럼이 실리고, 어른들은 칼럼을 읽으면서 아이들 생각을 엿보려 하지 않을까?

윤재: 경쟁이 심해지고 세상이 삭막해지니까, 삶의 근원을 고민하는 기사가 많아질 것 같아.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얘기에 대한 갈증도 많아질 테고.

소진: 맞아! 정치 기사는 줄어들 것 같아. 김지하 시인이 말했나? 우리는 민주화 위해 고생했으니, 20대 너희들은 너희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라고. 그때쯤 되면 정치는 어느 정도 안정될 테니, 환경이나 교육·인권·노동 같은 기본가치가 더 관심을 끌 거야. 참, 그래도 남북관계 기사는 빠질 수 없지. 통일이 돼 있든지, 아니든지 남북이 서로를 좀더 알고 싶어할 테니까.

현영: 여성 문제. 알파걸이 왜 알파우먼으로 성장하지 못하는지가 사회문제가 될걸. 주변 친구들을 보면 ‘결혼 안 하겠다’ ‘결혼해도 애는 못 낳겠다’고 하는데, 일과 가정 둘 중에 선택해야 하는 지금의 20대가 어른이 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 같아.

현아: 환경 문제도 빼놓을 수 없지. 유럽에서는 2013년부터 동물실험을 거친 화장품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는데, 우린 아마 2028년에도 그런 화장품을 팔고 있을 걸. 1면 제목은 이렇게 나가는 거지. “ㄱ화장품 회사에서 동물실험에 사용하던 생쥐 죽여.” 지금은 당연하게 생각되는 문제가 그때는 심각한 국제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② 20년 뒤 편집국장으로서 가장 큰 고민은?

윤재: 외국 특파원을 어떻게 늘릴 수 있을까. 지금처럼 국제면에서 외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기사를 쓰는 걸로는 안 돼. 국제 현장 곳곳에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를 전해줘야지.

소진: 20년 후엔 분야마다 더 전문화될 테니까, 기자도 전문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고민이 클 거야! 전문기자들을 육성할 프로그램을 지금부터 짜볼래!

현영: 난 신문에 잡지 같은 감각을 도입하고 싶어. 독자들 기호에 맞게 디자인이나 감수성을 바꾼 ‘맞춤형’ 신문을 만드는 거야. 지금도 한겨레는 정치·사회 기사에 비해 톡톡 튀는 트렌드나 문화에 관한 기사가 부족하잖아. 우리 아빠가 지금 꼭 경제신문을 보는 것처럼. 문화를 중시하는 지금의 20대가 주독자가 되면 문화에 대한 욕구를 채워줘야 해.

승현: 어떤 기준으로 1면 기사를 만들어야 하는가? 여전히 이 고민이 가장 크지 않을까? 지금 편집국장이랑 너무 비슷한가?

현아: 학보사 편집장 할 때 경험으로는, 공과 사 사이에서 확실한 선 긋기가 제일 힘들더라고. 원칙을 지키면서도 모든 기자들을 아울러 가야 하니까. 아무래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최고 결정자의) 외로움이 크지 않을까 싶어.

③ 한겨레는 어떤 형태의 신문으로 존재할까?

승현: 종이신문은 안 없어질 거야. 마니아들이 오히려 많이 찾지 않을까? 종이신문 없어지면 자장면 먹을 때 깔 것도 없어져서 안 돼! ㅎㅎ

현영: 맞아. 지금도 일간지 보면서 주간지도 보잖아. 또 사람들은 인터넷보단 종이신문을 더 신뢰하거든. 요즘 봐봐. 어떤 인터넷언론 기자들은 기사 검색순위 높이려고 광우병, 조류독감 같은 단어를 일부러 기사 한 문단에 집어넣어서 포털검색에 뜨도록 하더라고. 이러니 인터넷을 어떻게 믿어?

소진: 종이신문은 지금의 레코드판처럼 ‘소장용’이 될지도 몰라. 남북 정상회담이나 통일되는 날처럼 특별한 때에만 소장용으로 나오는 거지.

윤재: 주요 뉴스만 종이로 제공하고, 나머지는 인터넷 뉴스로 실을 수도 있지. 지하철에서 간단히 볼 수 있는 소책자형 신문도 나올 것 같아.

현아: 지면에서는 깊이 있는 기사를 요구하는 대신, 매체는 다양해질 거야. 문자로 제공되는 뉴스가 보편화된다든지. 그런 점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에 더 신경을 써야겠지. 지금 신문사 인터넷 기사에 첨부해 올라가는 동영상은 기사를 읽지 않으면 ‘해독 불가’야. 곁다리라니까.

현영: 그러니까 지금부터 기자들한테 방송기자 역할도 같이 요구해야지. 신문기사에 “누가 이렇게 말했다더라” 하며 이용하는 것보단, 당사자가 직접 말하는 영상이 훨씬 설득력있지 않아? 보기도 좋고.

소진: 그렇지. 우린 영상에 익숙한 세대니까. 지금이야 기사에다가 손수제작물(UCC)을 단순히 첨부하는 데 머무르지만, 20년 뒤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처럼 공중에 떠 있는 디지털 화면에 독자가 필요로 하는 뉴스가 실시간으로 제공될 수 있지 않겠어? 집이나 가구에 뉴스를 보는 모니터가 아예 붙어 나올 수도 있겠지?

승현: 에효 … 난 20대가 아닌가봐. 유시시 만드는 것도 잘 적응이 안 되고. 그래도 기사보다 사진으로 보여주는 게 훨씬 잘 와닿긴 하더라. 그렇게 보면, 20년 뒤엔 신문기자보다 사진기자가 더 중요해지지 않을까?

④ 미래 편집국장으로서 지금 한겨레에 하고픈 얘기는?

승현: 판매부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난 1학년 때 자장면 먹으면서 ‘깔개용’으로 한겨레를 처음 만났거든. 그렇게 편하게 독자들한테 다가가되, 다가가서는 강하고 묵직한 인상을 주는 신문이 됐으면 해. 바른 길을 걷는다면 조금 늦거나 천천히 가도 괜찮아. 가끔 한걸음 물러서서 지켜보기도 하고, 가끔은 앞장서 끌고 가기도 하고.

소진: ‘한 우물’에만 갇히지 않는 열린 신문이 됐으면 해. 그러려면 칭찬이나 비판도 모두 귀담아들어야겠지?

현영: 20년 뒤엔 ‘기자정신’을 지키는 게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 1980년대엔 무식하게 탄압했지만, 이제는 마음에 안 드는 기사 쓰면 광고 끊는 식으로 언론을 ‘교묘하게’ 압박하잖아. 한겨레 기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비판의식을 지켜줬으면 좋겠어.

현아: 어제 한겨레를 사려고 학교 주변 편의점을 다 돌아다녔는데, 신문이 없었어. 학교에서 신문 보는 학생들 대부분은 한겨레 보거든. 그만큼 아직까지도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신문은 한겨레야. 사람들에게 올바른 생각의 기준을 보여주는 신문이 되길 바라.

윤재: 편집국장이 되면 어떨까 생각하면서, 도서관에서 한겨레 창간호를 찾아봤거든. 뭔가 순수한 의지가 보이더라. 20년 후에도 그때의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해. 진보적이고 대중을 먼저 생각하는 창간정신 말이야.

이 대담은 지난 6일 저녁 한겨레신문사 8층 회의실에서 이뤄졌습니다.

왼쪽부터 차례로 김승현, 배현아, 정소진, 김현영, 배윤재 학생
왼쪽부터 차례로 김승현, 배현아, 정소진, 김현영, 배윤재 학생

김승현

(26·서울사이버대 2학년) 대학 1학년 때 학교에서 ‘자장면 깔개용’으로 <한겨레>와 첫 대면. “수도권 중심 기사가 불만”이라면서도, 멀리서부터 한달음에 달려온 ‘열혈’ 부산 청년.

배현아

(22·덕성여대 4학년) 지난해 6월까지 학보사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깨닫게 된 삶의 교훈. ‘편집국장은 외롭다’. <한겨레>는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유일한 신문.

정소진

(23·연세대 4학년) ‘보수적인’ 경북 영천의 고등학생을 처음 <한겨레> 독자로 끌어들인 건 홍세화, 강준만의 책 덕택. 2년간 학보사 생활 끝에 ‘평생’ 고민거리로 언론 선택.

김현영

(21·고려대 2학년) 대학 들어와 <한겨레>를 봤던 첫 느낌은 충격! 집에서 보던 신문이랑 <한겨레>랑 왜 이렇게 다를까? 뭐가 진실일까? 고민 끝에 아예 학보사 기자로 활동 중.

배윤재

(19·건국대 1학년) ‘심심’하기만 하던 고등학교 기숙사 시절, 친구들이랑 <한겨레> 구독. ‘심심’하지 않을 대학생이 됐는데도, ‘제 버릇’ 남 못 주고 도서관에서 <한겨레> 보는 게 취미.

진행 길윤형 황예랑 기자, 정리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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