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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둥이 인어’ 태환이보다 먼저 메달 노린다

등록 2008-05-15 16:19수정 2008-05-15 18:49

여자평영 기대주 정슬기가 지난달 30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A href="mailto:viator@hani.co.kr">viator@hani.co.kr</A>
여자평영 기대주 정슬기가 지난달 30일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 창간 20돌] 출발! 새로운 20년
■ 베이징 도전 20대 / 평영의 자존심 정슬기

20살. 이제껏 국내 여자수영에선 “전성기를 넘어 가는 때”라던 나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스무살을 “벌써”라고 한다. 하지만 정슬기(20·연세대 사회체육학과2)는 자신의 스무살을 “아직”이라고 했다. 한국 수영을 말할 때 사람들은 박태환(19·단국대)을 얘기하지만, 정슬기는 그보다 앞서 한국 수영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리고 있다. 여자 평영 200m에서.

어릴 적 잔병치레를 많이 해서, 외동딸을 더 튼튼히 키우려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6살 때 수영을 시작했다.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나가면 우승’을 했다고 했다. 내친김에 초등학교 6학년 때 본격적인 선수로 나섰다. 정슬기는 여드름이 한창이던 고1 시절 처음 태릉선수촌에 들어갔다. 키가 1m75까지 자랐고, 2004년 10월부터 선수촌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병행하면서 국내를 뛰어넘는 성적을 내기 시작했다.

“쉽지는 않겠지만, 세계신기록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TAGSTORY1%%]

태릉선수촌 수영장 앞에서 만난 그의 손톱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우원기 대표팀 코치는 “한창때인 20살, (정)슬기는 선수촌 앞에서 떡볶이사주는 것만으로도 좋아할 만큼 운동 외에 곁눈질하지 않는다. 손톱 관리와 머리 파마는 경기력에 지장을 줄 이유가 없어서 허락해주고 있다”고 했다. 정슬기도 “만 20살 생일(7월13일)을 맞을 때도 동료들이 케이크를 준비해주면 선수촌 안에서 파티를 하겠지만, 아마 올림픽을 앞두고 한창 운동을 할 때니 다른 건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새벽 5시10분 하루를 시작해 오전 5000~6000m, 오후 7000m를 더해 하루에만 1만m를 훌쩍 넘는 거리를 수영한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에요. 올림픽이 100일도 안 남았으니 앞으로는 훈련량이 더 많아질 거거든요.”


물 밖에 있는 시간에도 재활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하루가 빡빡하다. 올림픽이 다가왔다고, 학교 수업에 빠질 수도 없어 일주일에 오전 두세 차례씩 학교에 가야 한다. 그도 가끔은 “내가 왜 이 고생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성적이 좋게 나오면 힘들었던 걸 모두 잊어요.”

세계 1위와 ‘4초 차’
하루 1만m씩 강훈련
“메달사냥 이제 시작”

“성적이 나쁘면 어쩌냐”고 물었다. 그는 “그런 때는 잘못된 게 뭔지를 알게 돼 또 배우는 게 있다”고 했다. 스스로 ‘내성적’이라지만 천생 낙천적인 성격이다. 우 코치는 정슬기에 대해 “물속에선 괜찮은데 물 밖에선 운동 선수답지 않게 ‘몸치’ 같다. 계속 성적이 올라가는 걸 보면 그만큼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박성원 대표팀 코치도 “수영에 필요한 각 신체부위의 능력이 부족한 대신, 각 동작이 조화를 이루는 밸런스가 대단히 좋다. 나쁘게 보면 아직 운동능력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르게 보면 성장 가능성이 충분히 남아 있는 것”이라고 했다.

정슬기는 태릉 입촌 당시만 해도 불모지로 여겨졌던 수영에서 1년 반 만인 2006년 3월 아시아수영선수권 여자평영 200m에서 3위(2분29초70) 성적을 냈다. 5개월이 지난 뒤 범태평양 수영대회(3위·2분27초09)에서 기록을 2초 이상 끌어올리더니, 기세를 살려 12월 도하아시아경기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듬해 방콕에서 열린 여름유니버시아드 이 종목에선 2분24초67 만에 터치패드를 두드리며 세계 3위 다무라 나나카(일본)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남자부 지상준(1995년·남자배영 200m) 이후 처음 한국에 이 대회 금메달을 안겼고, 1년 만에 자신의 최고기록을 다시 2초42나 끌어당기며 세계 6위권, 국제대회 메달권으로 올라섰다.


정슬기 약력· 평영 최고기록
정슬기 약력· 평영 최고기록
우원기 여자대표팀 코치는 “세계기록 보유자 레이절 존스(2분20초54·1위)를 빼면, (정)슬기를 비롯해 5~6명의 선수가 비슷한 기록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올림픽까지 1~2초만 줄이면 메달도 충분하다”고 했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여자평영 200m에서는 1·2위가 2분23초대, 3위는 2분35초대였다.

정슬기는 유니버시아드대회를 기점으로 평영 100m에서도 국내 전국체전(2007년), 중국수영오픈, 동아수영대회(이상 2008년)까지 잇따라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웠다. 특히 지난달 19일 동아수영대회 평영 100m 결승에서 자신이 갖고 있던 종전 한국기록을 두 달여 만에 0.21초(1분09초09)나 앞당겼다. 정슬기의 100m 기록은 세계순위 40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200m 종목에서 초반 100m에 빼앗긴 시간을 후반에 만회하는 정슬기다. 100m 기록이 좋아진다는 것은 200m에서 메달권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는 뜻이다.

이제 여자대표팀 안에서 ‘최고참’이 됐다. 그는 “이번 올림픽에서 아시아신기록을 깨고 국내 수영 첫 올림픽 메달을 따고 싶다”고 목표를 분명히 했다. 체력을 보강해 단점으로 지적되는 파워와 지구력을 기르는 과제가 남아 있다. 정슬기는 “올림픽까지 시간이 부족하지 않다”며 자신감도 보였다. 그는 ‘여건이 된다면’ 4년 정도 더 선수 생활을 할 생각이다. 선수 생활이 끝나기 전 세계 신기록에도 도전해보고 싶어 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영상/ 조소영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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