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보고서에 없는 ‘부정적 표현’ 방송문안 삽입
평가위원들 “이사회 내용변경권 없어” 크게 반발
평가위원들 “이사회 내용변경권 없어” 크게 반발
<한국방송> 이사회가 ‘2007년 경영평가 보고서’를 의결하면서 외부 평가위원들이 작성한 최종보고서 내용 이외의 별도의 부정적인 문구를 ‘방송문안’에 포함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영평가위원들은 자신들이 작성한 보고서가 왜곡됐다며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28일 <한국방송> 이사들과 경영평가위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방송 이사회는 지난 25일 이사회를 열어 경영평가보고서 ‘방송문안’ 초안에 “케이비에스의 2007년 경영 성과는 여러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수신료 인상에 실패했으며 인사제도 개혁에도 성과를 내지 못함으로써 경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이날 이사회에는 이사 10명과, 경영평가위원 6명이 모두 참석했다. 문구 추가에는 친한나라당 성향 이사들이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구한 한 이사는 “몇몇 이사들이 문구를 수정하자 경영평가위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건 보고서가 왜곡됐다며 크게 반발했다”며 “결국 표결 끝에 5 대 4(1명 기권)로 부정적 내용이 추가된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문안’은 경영평가 내용을 방송용으로 간추린 요약 보고서로, 2007년 경영평가 보고서 방송문안은 방송법 49조에 따라 31일 경영평가위원회 이름으로 한국방송 ‘9시 뉴스’ 끝 부분에 내보낼 예정이다.
경영부문 평가위원인 양혁승 연세대 교수(경영학과)는 “이사회의 심의 의결권한은 경영평가보고서의 채택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 내용을 변경할 수는 없다”며 “평가위원 이름으로 방송이 나간다면 평가위원들의 인격권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김현석 한국방송 기자협회장은 “이사회도 경영평가의 대상이기 때문에 이사회가 외부평가 결과를 고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사회는 28일 평가위원들과 함께 간담회를 열고 합의안 도출을 시도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방송 전날인 30일 다시 만나 최종 절충을 시도하기로 했다. 일부 경영평가위원은 합의 없이 수정 문안이 방송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이에 대해 친한나라당 성향의 한 이사는 “이사회가 추가한 내용은 경영평가 보고서에 있는 얘기를 추려서 넣은 것일 뿐”이며 “문구 추가에 반발하는 외부 평가 위원도 일부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김동훈 권귀순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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