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사장 퇴진투쟁에 반발…“방송장악 저지 우선해야”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공영방송 수호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정연주 사장 퇴진 운동을 벌여 온 한국방송 노동조합(위원장 박승규)이 투쟁 방향을 둘러싸고 내부 분란에 휩싸이는 등 갈등 양상을 빚고 있다.
한국방송 노조는 지난 27일 집행부 워크숍을 열어 “현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음모와 정연주 사장 퇴진투쟁은 별개”라며 정연주 퇴진 투쟁수위를 앞으로 더 높이기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그러나 노조의 국·실장급 핵심간부 2명은 이날 워크숍에서 “정 사장 퇴진보다는 감사원 표적감사 등 방송장악 기도를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신상발언을 통해 노조 집행부 사퇴와 함께 현업 복귀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방송 프로듀서협회(회장 양승동)는 29일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회를 열어 한국방송 노조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협회는 총회 뒤 성명을 내어 “감사원 표적감사 등 공영방송 케이비에스 장악 기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정권의 압박을 뒤로한 채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에만 몰입하고 있는 노조는 즉각 ‘공영방송 케이비에스 지키기’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중견 언론인들의 모임인 ‘새언론포럼’은 지난 27일 성명을 내어 “케이비에스 노조는 ‘정연주 사장 퇴진과 낙하산 사장 반대’라는 모순된 주장을 펴고 있다”며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를 직시하고 방송장악 반대투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도 최근 성명에서 “케이비에스 노조 안의 일부 ‘친여 부화뇌동 세력’들도 케이비에스를 이명박 정권에 ‘상납’할 생각이 아니라면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체성을 지키는 데 나서기 바란다. 국민들이 케이비에스 노조를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승규 위원장은 “감사원 국민감사는 명백한 정치적 표적감사지만 노조의 정 사장 퇴진 투쟁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정연주 사장을 지키는 것이 마치 공영방송을 수호하는 것처럼 비쳐져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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