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낯색 바꾼 조선일보…‘독자관리 차원 변신’ 지적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져 가면서 보수신문이 애초 자신의 견해를 부분적으로 수정하며 논조 변화를 꾀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 대표적 매체가 <조선일보>다.
이 신문은 광우병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촛불시위를 이끈 학생들이 방송과 인터넷이 만들어낸 ‘광우병 괴담’에 휘둘리고 있으며 그들의 배후에 ‘반미 선동’이 있다고 단언했다. 실제 지난달 2일치 1면 머릿기사 “‘광우병 괴담’ 듣고만 있는 정부”에서 일부 방송 보도로 검증 안 된 주장들이 인터넷에 확산되고 있다며 정부가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사설에서는 “‘미국 쇠고기는 광우병 덩어리’라는 황당한 얘기가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한-미 에프티에이 반대세력들이 광우병 위험이라는 포장지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와 ‘반미 선동’을 교묘하게 함께 싸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이 보도 이후 정부는 해명을 위한 긴급 기자회견에 나섰으며 이런 ‘광우병 괴담’ 차단에는 경찰도 합세했다.
촛불시위 참가자를 부화뇌동하는 철부지 쯤으로 규정했던 조선이 최근 배후론을 스스로 부정하고 일방적인 정부 편들기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신문사의 최보식 사회부장은 지난달 30일 촛불시위 현장 르포 기사에서 대부분의 시위 참가자들이 ‘참을 수 없는 순정’으로 나온 것 같았다고 전했다. 또 “국민이 불안해하는데 무조건 밀어붙이냐”는 시위대의 목소리도 작은 제목으로 반영했다. 송희영 조선 논설실장은 31일치 기명칼럼에서 촛불 뒤의 배후세력은 글로벌화 10년 경제체제 속에서 두껍게 형성된 피해집단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에 대한 애정어린 접근이 절실하다고도 했다. 애초 사설 주장과는 딴판이다. 정부의 고시 관보 게재 유보 조처가 나오기 직전인 2일치 ‘조선데스크’에선 “우선 미국과 재협상 수준은 아니더라도 추가 협의를 다시 해서 일단은 30개월 이상 된 쇠고기의 수입을 연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조선은 정부가 고시 발표를 강행하자 사태가 정리되었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이후에는 ‘독자 관리’ 차원에서 자신들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논조 변화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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