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피디수첩’ 번역자인 정지민씨의 인터뷰를 왜곡했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1일치 4면 보도 (왼쪽). 정씨는 또 1일 자신의 카페에 올린 글(오른쪽)에서 한겨레가 왜곡보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광우병 오역’ 제기 정지민씨 카페글서
“한겨레가 왜곡했다고 보긴 어렵지요”
“한겨레가 왜곡했다고 보긴 어렵지요”
<조선일보>는 1일치 4면 머릿기사 제목을 통해 <한겨레>가 피디수첩 ‘광우병 오역’을 제기한 정지민씨의 인터뷰를 ‘왜곡’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기사에서 “정씨가 특히 카페에 올린 글과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도 의도적으로 사실 관계를 왜곡했다고 주장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한겨레가 어떻게 정씨 인터뷰를 왜곡했는지 내용이 없고, 정씨 자신도 추가로 쓴 글을 통해 한겨레가 왜곡보도를 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한마디로 조선일보가 있지도 않은 사실을 지어내 ‘왜곡’한 것이다.
1일치 조선 기사는 정씨가 지난 30일 자신의 카페에 올린 글 ‘6월30일 한겨레 기사에 대한 내 입장’의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조선은 이 글 가운데 “정씨는 글에서 ‘한겨레가 내게 전화 연락한 것은 한두번 정도 … 마치 엠비시 방송국에서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 말고는 물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는 부분을 인용한 뒤 “한겨레는 30일자 12면에서 ‘정씨가 검찰에 나와 번역 내용과 실제 방송 자막이 다르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고 덧붙인 게 기사의 전부다. 그래놓고 기사 제목은 “한겨레·경향이 인터뷰 왜곡”이라고 달았다.
<한겨레>는 이 기사를 작성한 조선일보 성아무개 기자에게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기사에 밝힌 것 이외에 별도로 정씨가 한겨레가 인터뷰를 왜곡했다고 말한 게 있는지 물었더니 성 기자는 “내가 직접 정씨와 전화를 하지 않고 다른 부서 기자가 정씨와 통화했다”고 답했다. 정씨가 다른 기자에게라도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취재 과정을 일일이 확인해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이 조선일보 기사에 대해 정씨가 1일 자기 카페에 직접 글을 올려 해명했다. “제가 쓴 글을 잘 보시면, 한겨레가 왜곡보도를 했다거나 하는 내용을 보긴 어렵지요. 그러나 검찰이 발표한 것도, 제가 확인해 준 것도 아닌데 ‘수사를 받았다’고 단정적으로 가장 처음 쓴 곳이 한겨레라고 알고 있어서 그렇게 쓴 것입니다.”
정씨도 한겨레가 인터뷰를 왜곡하지 않았음을 인정한 것이다. 한겨레가 정씨의 검찰 소환 조사를 먼저 보도한 것은 검찰 관계자 등을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이런 검찰 쪽 확인에도 불구하고 소환 조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결국 조선은 한겨레가 정씨 인터뷰를 왜곡했다고 했지만 왜곡의 실체는 하나도 없는 셈이다. 한겨레는 1일 조선 쪽에 이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강성만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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