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일부 프로 폐지’ 관련 사내 게시판 비판 들끓어
권력 감시 프로그램 폐지를 강력히 시사한 <한국방송> 이병순 사장의 취임사를 놓고 사내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입사 20년차인 김영한 피디(수신료 프로젝트팀)는 28일 사내게시판에 실명으로 올린 ‘이병순 사장에게 드리는 글’이란 장문의 글에서 “(취임사는) 어디 내놓기도 부끄러운 함량 미달”이라고 혹평했다. 김 피디는 이 사장이 공정성 제고 방안으로 제시한 ‘사전 기획단계 철저한 게이트 키핑’에 대해서 “우리 머릿속 자유로운 생각까지 관리하는 정신적 빅브라더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 사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도 변화하지 않은 프로그램의 존폐’를 거론하고 있다”며 “그러한 물의에도 불구하고 케이비에스는 어떻게 수년 동안 신뢰도와 영향력 1위를 고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케이비에스 사원행동’은 이날 오전 특보를 발행해 “이 사장의 말은 정부와 정권에 껄끄러운 비판적 시사보도 프로그램을 일거에 없애 버리고 철저한 방송 아이템 걸러내기를 통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 프로그램만을 만들겠다는 협박에 다름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이 사장이 폐지를 암시한 대표적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의 진행자였던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보수언론의 공영방송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프로그램을 없앤다는 것은 무장해제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사장의 취임사가 알려진 직후부터 이들 프로그램 게시판엔 이 사장 방침을 비판하는 글과 제작진을 격려하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편 이날 오전 7시40분께 청원경찰 40여명의 경호를 받으며 나타난 이 사장은 사원행동 소속 직원 10여명을 뚫고 이틀째 출근에 성공했다. 이 사장은 다음달 1일 오후 4시 부사장 임명제청을 위한 이사회 개최를 요청하는 등 ‘친정체제’ 구축을 위한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신임 부사장 후보로는 이동식 부산총국장과 남성우 편성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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