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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디어

자율에서 상명하달로…KBS ‘과거회귀’

등록 2008-09-24 14:11

프로그램 개편 의견수렴없이 상층부서 ‘쥐락펴락’
11월 대규모 조직개편 팀제 축소 내부검열 우려
인사도 구성원 희망 배제…내부 갈등 골 깊어져
<한국방송>이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취임한 이병순 사장은 인사와 조직, 프로그램 개편 등 이른바 ‘3대 개편’을 통해 한국방송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러나 내부 구성원 사이에선 지난 수년간 강조된 ‘자율’보다는 ‘통제’와 ‘관리’로 사내 기류가 변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견을 수렴하기보다는 상명하달식의 일방통행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 프로그램 개편 한국방송은 요즘 다음달 가을철 프로그램 개편 작업이 한창이다. 그러나 논의는 몇몇 사람에 한정돼 이뤄지고 있다. 티브이 프로그램 개편은 편성본부장과 제작본부장, 편성기획팀장 등 몇 사람이 특별전략팀(태스크포스)을 구성해 논의하고 있고, 제1라디오의 경우도 너덧명으로 구성된 특별전략팀이 26일께 개편안을 완성할 계획이다. 한 라디오 피디는 “5년 전에는 실무자들이 격론을 벌여 1라디오는 시사전문 채널, 2라디오는 종합편성 채널로 정체성을 갖게 됐다”며 “하지만 이번 개편에선 일선 피디들의 의견은 전혀 수렴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시사기획 쌈’ 등 권력감시·비판 프로그램은 폐지되거나 시간대를 옮기고 성격도 바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용진 전 탐사보도팀장은 “이런 프로그램은 대다수 언론사 기자들이 부러워하는 모델이었다”며 “결국 이런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것은 권력 감시와 비판 프로그램에 대한 부담감과 권력 눈치보기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티브이제작본부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인 논의를 안 했기 때문에 실무진 의견수렴도 없었다”고 말했다.

■ 조직 개편 한국방송은 오는 11월1일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직관리를 맡은 유광호 부사장은 이달 초 사내 소식지를 통해 밝힌 취임사에서 “각 본부에서 팀제 개선의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되고 있다. 대국소팀제에 본부별 기능을 고려해 생산성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조직개편 방향을 언급했다. 대국소팀제란 기존의 팀장 위에 부장과 국장을 부활시키는 것이다. 즉 정연주 전 사장 체제에서 정착한 팀제를 폐지한다는 의미다.

김현석 기자협회장은 “지금의 팀제가 집단지도 체제라면 대국소팀제는 국장에게 인사권과 편집권 등 전권을 주는 것”이라며 “게이트 키핑이라는 명목으로 검열과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양승동 사원행동 공동대표도 “대국소팀제가 시행되면 프로그램의 자율성 침해도 우려돼 특히 피디들이 경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중견 피디는 “대국소팀제건 팀제건 장단점이 있다”면서도 “과거에도 국장이 있었지만 방송 실수를 줄이지 못했고, 오히려 방송내용을 흠잡는 구실을 했다”고 말했다.

■ 인사 개편 상명하달식 ‘소통’은 ‘3대 개편’ 중 가장 먼저 단행한 인사에서 잘 나타났다. 지난 17일 인사는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희망원을 배제한 채 심야에 이뤄졌다는 사실이 직원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입사 13년차 기자는 “입사 이후 인사 희망원은 케이비에스의 좋은 관례라고 생각했다”며 “이번 인사는 사내 구성원들을 배신과 절망에 빠뜨리게 했다”고 비판했다.

‘심야 인사’ 이후 사내 게시판에 오르는 글도 부쩍 줄어들었다. 한 기자는 “예전에는 실명으로 사장도 비판하고 정책도 비판했는데, 이제는 아예 글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입사 8년차 기자는 “지금 한국방송 내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명박 정부의 ‘좌파정권 10년 청산론’과 무섭도록 닮았다”며 “의사 결정에서 배제된 많은 구성원들과 사쪽 사이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이고 결국 케이비에스 조직에 쉽게 아물지 않을 큰 상처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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