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판단 근거 등 공방 예고
세금 소송을 취하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로 기소된 정연주(62) 전 한국방송 사장의 첫 공판이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규진) 심리로 열렸다. 정 전 사장 쪽은 배임죄가 성립하는 구체적 판단 근거를 검찰에 요구하며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백승헌 변호사는 “공소장을 보면 ‘과세관청은 상급심에서도 세액을 명확히 특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항소심 승소 가능성이 매우 높아 소송을 계속할 경우 최소한 1심 승소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밝혀 달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2005년 한국방송이 1심에서 이겨 그 결과가 확정되면 받을 수 있었던 법인세 및 부가가치세 2448억원(1심 승소액 1764억원과 이자 684억원)을 포기하고 조정에 의해 556억만 돌려받도록 해 회사에 1892억원의 손해를 끼쳤다며 정 전 사장을 기소했다. 검찰은 정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당장의 경영성과를 내려고 세금 소송을 조정으로 끝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판부는 변호인단의 요구에 대한 검찰의 답변을 듣고 오는 30일 다음 공판을 열기로 했다.
정 전 사장은 모두진술에서 “세무소송팀의 분석과 회계법인의 의견을 종합해 조정으로 종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고, 최고 결정기구인 경영회의에서도 통과된 사안”이라며 “조정으로 종결하지 않았다면 한국방송은 아직도 소모적 소송을 계속할 수밖에 없고, 국세청은 계속 추징금을 부과해 공영방송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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