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미디어렙 등 공식논의 없이 대통령 업무보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달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신문·방송겸영 허용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 검토·추진 방침이 위원회 차원의 공식 논의 없이 공표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방송통신정책에 관한 사항은 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한 방통위법을 어긴 위법 행위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방통위는 최근 민주당 이종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서 “신문방송 겸영에 대해 위원회 차원에서 상정 안건으로 논의한 적은 없었고, 민영 미디어렙 경쟁 도입과 관련 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심의·의결한 바 없다”고 밝혔다.
합의제 위원회 기구인 방통위가 상임위원들간 논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 사회의 미디어 지형 전반을 뒤흔들 중요 정책을 발표한 셈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4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미디어간 교차소유 허용을 통해 보도·종합편성 방송채널 겸영범위를 확대하고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양문석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위원회 논의를 생략한 대통령 업무보고는 위법행위”라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12조는 방송통신의 기본계획에 관한 사항은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하도록 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신방겸영 허용과 민영 미디어렙 도입을 결정한 게 아니라 검토하겠다는 것이므로 위원회 의결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방통위는 국회 제출 자료에서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 준비과정에서 내용에 대한 공유는 있었다”며 “업무보고는 기본 정책방향을 제시한 것으로 향후 구체적인 세부정책 결정은 위원들간 심도 있는 토론과 논의를 거쳐 의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걸 의원쪽은 그러나 “내용 공유는 내용 공유일 뿐 논의 과정에 대한 회의록도 없고 정식 안건으로 다룬 것도 아니다”면서 “최시중 위원장이 마치 독임제 기구인 정부 부처 장관처럼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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