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미디어

[미디어전망대] 방송독립, 흩어지면 죽는다

등록 2008-10-14 17:49수정 2008-10-14 20:23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미디어전망대
텔레비전, 영화, 음악, 인터넷 등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민주주의도 높은 수준으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그 바탕에는 비교적 너그러운 국가 정신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국가가 통제와 강압보다는 자유와 논쟁, 그리고 협상을 통해서 사회 문제를 풀려고 했다. 이런 정신이 미디어 분야에서 열매를 맺은 것이다. 끄떡하면 불온문서니 불온사상이니 해서 사람을 가두고, 방송이나 영화를 이념적 도구로 악용했던 군사 정권아래서 우리나라는 국제적으로 변변한 콘텐츠 하나 내놓지 못했다. 프로그램 등 콘텐츠는 질이 낮고, 국제 경쟁력도 없었다. 그 틈을 타 미국 드라마, 영화와 팝송, 일본 애니메이션이 우리의 문화생활을 점령했다.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정신이 없이 돈이나 기술만으로는 미디어 산업의 발전이나 민주주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터득했다.

합리적 시장과 민주주의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사회적 소통이 원활하면 어려운 문제도 쉽게 풀릴 수 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고, 방송의 독립을 보장하는 소통 자본주의가 작동하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촉진되며, 이를 토대로 미디어 산업도 발전한다. 이와 반대로 이윤과 사유화만 추구하는 시장주의가 판치고, 국가 권위주의가 미디어를 통제하면 민주적인 소통 구조가 위협받고 이것은 결국 시장과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런 환경에서 소통 자본주의는 불가능해지고, 불통 자본주의만 활개를 친다. 소통 자본주의는 국민이 가장 많이 접하는 방송 프로그램의 자유, 방송인의 독립이 필수적이다. 자유롭고 비판적인 목소리가 담긴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방송되고, 방송인의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정신을 존중한다면 소통 자본주의는 길이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력과 언론권력이 방송 자유와 독립의 고삐를 잡고, 경영에서부터 프로그램에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것은 방송 민주주의를 위험에 빠뜨리고 소통 자본주의를 부정한다. 그런데도 권력은 특정 프로그램의 내용까지 간섭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문화방송> ‘피디수첩’도 문제 삼고, <한국방송> ‘미디어 포커스’도 비난하고, ‘시사기획 쌈’도 문제라고 비난한다. <한국방송 2채널>이 방송하는 ‘시사투나잇’의 운명도 가물가물하다. <와이티엔> 인기 프로그램인 ‘돌발영상’도 중단되고 말았다. 전체 프로그램의 1%도 안 되는 비판적 프로그램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고서 어떻게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을 말할 수 있겠는가? 국민 일부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을 비난하고 공격해서 무엇을 얻으려는지 모르겠다.

지금은 국민 모두에게 아주 어려운 시기다. 그럴수록 언론과 표현의 자유, 방송의 독립을 더욱 강력히 보장해서 우리 사회가 불통 자본주의에서 소통 자본주의로 진화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해고된 <와이티엔> 기자의 즉각적인 복직, 한국방송 파행 인사 재고 등 잘못된 행태는 빨리 바로잡아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방송에서 소통이 사라지고 고통만 커질 수밖에 없다.

방송의 사유화와 관영화라는 소용돌이에서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확보하고, 공공 서비스를 지키며, 소중한 직장을 지키려면 방송인들이 명심할 말이 있다. “흩어지면 죽는다.”

김승수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