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언론인 시국선언대회’가 24일 저녁 서울 중구 남대문로 와이티엔(YTN)사옥 앞에서 열려 전·현직 언론인 등 참가자들이 서명부로 사옥을 둘러싸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방송장악 저지’ 언론인 7800여명 시국선언
언론운동 진영이 구본홍 사장 출근저지투쟁 100일을 맞는 <와이티엔>(YTN) 앞으로 총집결했다. 언론인 7600여명이 서명한 시국선언 명단이 24일 저녁 와이티엔 사옥 앞에서 발표됐고, 전·현직 언론인과 시민들 수백여명은 서명자 명단이 새겨진 대형 펼침막으로 사옥을 감싸며 와이티엔 사쪽을 압박했다. 이날 개표한 전국언론노조의 총파업 투표도 82% 찬성으로 가결됐다.
출근저지투쟁 99일째인 이날 오전도 구 사장은 출근에 실패했다. “월급날이므로 꼭 출근해야 한다”며 직접 조합원들을 밀치던 그는 노조의 저지에 막혀 15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이날은 올들어 가장 쌀쌀했다. 노조원들은 검은 목도리로 추위를 달랬고, 찹쌀떡으로 배를 채웠다. 시민들이 투쟁 100일을 기념해 출근길에 들러 전달한 목도리와 떡이었다. 시민 최정은(29)씨는 성금을 모아 만든 목도리 200개를 건네고, “와이티엔이 제대로 서야 우리의 말도 왜곡되지 않는다”며 응원했다.
출근저지투쟁 100일을 거치는 동안 와이티엔 노조는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투쟁의 상징이 됐다. 노종면 위원장은 “100번째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다”면서도 “언론사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돼야 한다는 상식을 지키기 위해 싸워온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징계자 33명도 굳건히 회사를 지키고 있다. 징계자 중 한 명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징계한 구본홍씨는 회사에 발을 못들이고 있는 반면 우린 자유롭게 회사를 오가고 있다”고 말했다. 급여 지급일인 이날, 조합원들은 십시일반 모금한 ‘희망펀드’(24일 오전까지 5200여만원 모금)를 통해 해고·정직자 12명에게 지난달과 동일한 금액의 월급을 입금했다. 지난 6일 해고당한 우장균 기자는 “동료들 덕분에 해고자임에도 해고자란 느낌이 안 든다. 기륭전자처럼 열악한 노동현장을 생각하면 미안하기조차 하다”고 말했다.
언론운동 진영의 방송장악저지 투쟁도 와이티엔 투쟁 100일을 기점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언론노조가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한 총파업 찬반투표는 투표율 84%에 82%라는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최상재 위원장은 “와이티엔에 경찰이 진입하거나 방송통신위원회와 국회가 방송법 시행령 의결 및 신문방송 겸영 등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언론포럼·언론노조·기자협회·피디연합회 등 전·현직 언론단체 회원들은 이날 저녁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앞에서 남대문로 와이티엔 사옥 앞까지 행진한 뒤 ‘국민주권과 언론자유 수호를 위한 언론인 시국선언 전국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언론인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정부의 신문방송 겸영 허용 및 민영 미디어렙 도입 중지,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및 신재민 차관 등의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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