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편성’ 핵심개념 사라져
KBS 빼곤 사업자 지위 가능성
MBC·KBS2 민영화 우려 커져
KBS 빼곤 사업자 지위 가능성
MBC·KBS2 민영화 우려 커져
방송통신위원회가 24일 ‘방송통신 발전에 관한 기본법’(방통기본법)을 의결했다. 방송의 개념이 사라지고 통신만 남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이 법안이 앞으로 정부 여당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영방송 체제 개편의 근거법으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방통위의 법안 의결은 속전속결로 추진됐다. 지난 6월 ‘방송통신통합법제 추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두달 만인 지난 8월 법안을 공개한 방통위는 다음달 안에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방통위가 밝힌 법 제정 취지는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기존의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인터넷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IPTV법) 등을 기본법인 방통기본법과 개별법인 ‘방송통신사업법’ 체계로 통합한다는 게 뼈대다.
그러나 방송·언론 전문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방통기본법에 방송이 없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다. 방통기본법은 ‘방송통신’을 “유선·무선·광선 및 기타의 전자적 방식에 의하여 방송통신콘텐츠를 송신하거나 수신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과 수단”으로 정의했다. 기존 ‘전기통신기본법’의 ‘전기통신’ 정의에 ‘방송통신 콘텐츠’란 표현을 추가한 방식으로, 현행 ‘방송법’의 핵심 개념인 ‘공중’(公衆)과 ‘편성’이 사라져버렸다. ‘통신의 방송 흡수통합’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언론노조는 “국민에 대한 기본적인 방송 서비스 제공이 빠진 법은 ‘통신사업자와 방통위 공무원의 편의 및 방통위 권한 강화에 관한 법률’이지 방통기본법이 될 수 없다”고 혹평했다. 방통위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최종 의결 과정에서 “방송통신의 공익성·공공성 증대”란 표현을 추가·수정했다.
우려되는 대목은 방통기본법이 정부 여당의 방송구조 재편 과정에 끼칠 파급력이다. 방통기본법이 지상파 방송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근거법이 될 거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시청자의 권리에 무관심한 기본법의 ‘정신’이 향후 방송사업자의 성격을 규정하게 될 방송통신사업법(2009년 하반기 제정 예정)에서 지상파 방송의 개념을 단순 사업자 개념으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최영묵 성공회대 교수는 “<케이비에스>(KBS)만 공영방송 틀 속에 남겨두고 나머지 방송엔 콘텐츠 사업자의 위상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판을 새로 짤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되면 <엠비시>(MBC)와 <케이비에스2> 민영화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이 현실화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언론사유화저지 및 미디어공공성 확대를 위한 사회행동’이 ‘공중’의 개념을 강화한 ‘전자커뮤니케이션기본법’으로 방통기본법을 대체하자고 24일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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