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20%까지 보유 허용, 진입문턱 제거
시청률 경쟁 격화로 공익성 약화 불보듯
시청률 경쟁 격화로 공익성 약화 불보듯
신문·대기업, 지상파 진출 허용
한나라당 미디어관계법의 핵심은 신문과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진출 허용이다. 지난주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지상파 진출 가능한 대기업 자산규모 3조→10조원)까지 고려하면, 정부·여당이 지상파 방송 진입 장벽을 ‘쌍끌이 작전’으로 허물어뜨리는 형국이다. 당장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민주주의 도구로서가 아닌 수익창출 도구로서의 방송·언론만 남기겠다는 뜻”이란 비난이 터져나오고 있다.
언론계에서는 ‘보도·종합편성 채널 허용은 예상했지만 지상파 방송까지 푼 것은 예상 밖’이라는 반응이 많다. 김영주 언론재단 연구위원은 “특정 신문과 대기업의 여론 지배력이 방송으로 전이될 게 뻔한 상황에서 지상파까지 열 것이라곤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며 “지금까지 1퍼센트도 허용되지 않던 지분 보유 한도를 어떤 기준으로 20퍼센트까지 열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20퍼센트면 보도 논조나 프로그램 내용에 충분히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지분이란 얘기다.
한나라당 쪽은 지상파 방송 진출 허용의 명분으로 미디어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당 관계자는 “지상파 진입을 허용하더라도 지금 당장 사업에 진출하면 돈만 까먹을 게 뻔한데 스스로 자살행위를 할 기업은 없다”며 여론다양성 훼손 우려가 ‘기우’임을 강조하는 한편, “세계적 미디어그룹은 꿈도 못 꾸지만 최소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물꼬는 틔워주려 발버둥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당장 사업에 진출할 기업이 없다’면서도 지상파 방송 진입 문턱을 제거한 진짜 이유를 언론학자들은 공영방송 체제 개편을 위한 정부·여당의 사전 포석으로 해석한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진출은 종합편성 채널만으로도 충분한데 굳이 지상파까지 열겠다는 것은 현재의 ‘다공영 일민영’ 체제를 ‘일공영 다민영’으로 바꾸려는 방송구조 지각변동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상파 1대 주주 지분 49퍼센트로 확대나 민영미디어렙 도입의 ‘공격적’ 추진도 사업 진출을 망설이는 기업들에 제공하는 한나라당의 ‘당근’이란 분석이다. 방송에 진출한 기업이 수익을 내려면 시청률 경쟁에 매몰될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비판하는 내·외부 반발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1대 주주의 지배력을 확고히 해 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2월말 태영이 1대 주주(지분 보유율 30퍼센트)인 <에스비에스>(SBS) 주주총회 당시,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회사분할안이 귀뚜라미그룹(15.01퍼센트) 등 기타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되면서 1대 주주의 위상이 흔들린 적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미래유보’(협정 체결 후 양국간 협의를 통해 개방수준 재조정 가능) 사항으로 막았던 외국인의 종합편성 채널 지분 보유(직접투자)를 한나라당이 자발적으로 열어준 부분도 ‘외국 자본의 방송 지배를 가능하게 한 행위’란 비판을 낳고 있다.
한나라당이 법안을 제출하더라도 민주당이 ‘일전불사’를 벼르고 있어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법안이 최종 공개되면 ‘맞대응 법’을 제출하겠다는 태세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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