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피디와 기자들이 28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제작거부 결의대회에서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방송 기자협회와 피디협회는 이틀 동안 제작거부에 들어갔던 노동조합이 투쟁을 접고 정상업무 복귀 지침을 내리자 이에 반발해 독자적으로 29일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노조의 ‘연장근무 거부투쟁 철회’에 반발
이병순 사장의 사원 파면·해임에 맞서 싸워온 <한국방송>(KBS) 노조가 28일로 예정됐던 연장근무 거부 투쟁을 이날 오전 철회하자, 기자협회와 피디협회가 반발하며 29일부터 독자적인 제작거부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이번 제작거부는 무기한 전면 투쟁으로, 지난 23·24일 노조 차원에서 진행된 ‘대휴 투쟁’ 방식의 제작거부보다 훨씬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해고자의 징계 수위를 완화하는 사쪽과의 협상에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이날 오전 ‘정상 업무에 복귀하라’는 투쟁지침을 조합원들에게 전달했다. 노조 관계자는 “파면·해임 징계를 계속 일할 수 있는 정직 이하로 낮추는 쪽으로 사쪽과 의견을 좁혀 가고 있어 일단 연장근무 거부 투쟁을 취소했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전면 징계 철회는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피디협회는 노조 결정에 반발하며 29일부터 한층 강도 높은 제작거부 투쟁에 돌입하기로 했다.
두 협회는 이날 예정된 연장근무 거부 투쟁을 진행하는 한편, 오후 6시 본관 민주광장에서 무기한 전면 제작거부에 들어가는 출정식을 열었다. 무기한 전면 제작거부는 사실상의 파업이어서 방송에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기자·피디협회는 소속 회원의 90% 정도가 참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덕재 피디협회장은 “회사가 징계 수위 완화의 전제조건으로 일종의 반성문을 쓰도록 강요하고 있는데, 노조가 회사 요구를 수용하도록 징계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사쪽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반성문을 쓰는 방식의 협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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