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언론보도 진단 토론회’
“(조선일보에 실린)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울면서 경례하는 사진은 마치 사건의 책임자에게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 조중동은 철거민들의 폭력과 불법성을 부각시키면서 용산참사의 책임을 철거민 희생자에게 돌리고 있다.”
2일 오후 민생민주국민회의 준비위 주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용산 참사 언론보도 진단’ 긴급토론회에서 신문보도 분석 발제를 맡은 정미정 배재대 강사(언론학 박사)는 “조중동의 이런 보도 행태로 경찰의 과잉진압이 은폐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박사는 1월20일부터 30일까지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등 다섯 신문을 분석한 결과, 조중동은 철거민 시위의 배후로 전국철거민연합(전철연)을 지목하고 철거민들의 폭력성을 강조한 반면에 한겨레와 경향은 경찰의 강경진압과 검찰의 편파수사를 지적하는 기사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조선일보는 전철연을 검찰의 수사 대상으로 많이 등장시켜 별도의 논평 없이도 전철연의 부정적 이미지를 확대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겨레와 경향은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 이명박 대통령의 강압적 통치 등 참사의 근본원인을 많이 다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야 한다고 주장하던 언론들도 사건 발생 이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방송보도 발제를 맡은 이송지혜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부장은 세 지상파방송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문화방송>은 경찰의 과잉진압과 무리한 재개발 등 참사의 원인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반면에 <한국방송>은 전철연 배후설과 과격성을 가장 많이 다뤘다고 전했다.
토론에 나선 이창현 교수(국민대 언론정보학부)는 “기자들은 정의롭지 못한 공권력의 보도자료에 의존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라며 “이 때문에 언론은 (용산 참사의) 구조적 측면을 본질적으로 지적하지 못하고 발생 위주의 피상적 사실만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조중동과 한국방송은 이 참사에 정말 아파하고 있는지, 공권력이 제대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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