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 키스디 : 정보통신정책연구원
“키스디에서 나오는 연구 수치를 나조차 신뢰하지 않는다. 내가 쓴 보고서도 누가 볼까 두렵다.”
“방통위가 수시로 자료 제공을 요구해온다. 우리는 사무관뿐 아니라 과장·국장·위원장 보고자료까지 만들어준다. 키스디는 방통위의 ‘자료 제공 서포터들’이다.”(키스디 관계자) 방송규제완화·민영렙 관련 보고서
정부정책 ‘장밋빛 전망’ 홍보 열올려
내부선 “우리 연구 신뢰안해” 자괴감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키스디)의 ‘마우스탱크(입)’ 역할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뜨겁다. 키스디 내부에서조차 “우린 방송통신위원회의 연구보조원”이란 자괴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키스디는 지난달 19일 언론 소유규제 완화가 2조9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1천개의 일자리창출 효과를 발휘한다는 ‘이슈 리포트’를 펴내며 한나라당 언론관계법 국회 통과의 정당성을 최전선에서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언론계와 학계에 의해 산출근거가 부정당하면서 ‘정부정책 홍보를 위한 장밋빛 전망’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키스디는 현 정부 들어 민감한 시기마다 논쟁성 가득한 정책 보고서를 적극 생산하며 정부 정책 추진을 지원하는 ‘이론적 길닦기’에 매진해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판매 독점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4일째 되는 날, 키스디는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식으로 ‘완전경쟁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중간보고서(‘방송광고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진행해온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 연구’도 최근 최종보고서를 방통위에 대외비 형태로 넘긴 상태다. 키스디 보고서는 정부·여당이 정책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전 연구가 아닌, 정책 추진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적 도구’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키스디 내에서도 정부의 ‘주문생산 공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키스디의 한 관계자는 “우린 정부가 원하는 대로 연구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일상화돼 있다”며 “전문가라는 우리들이 학자의 양심이 아닌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보고서를 써내고 있다”고 개탄했다. 키스디가 연구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데는 무엇보다 방통위와 밀착된 연구 시스템의 폐해가 크다. 방통위는 중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키스디에 수시연구과제를 내리고, 키스디 연구원들은 과제 수행 과정에서 방통위 실무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가공해주는 등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 키스디 관계자는 “방통위와의 밀착 작업 구조가 고착된 현실에서는 연구 방향과 결과는 처음부터 결정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방통위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보고서란 애초부터 생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3개 연구기관 중 키스디의 정부 출연금이 가장 적다는 점도 키스디가 ‘물주’인 방통위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방석호 원장의 의지 또한 ‘키스디 논란’에 한몫하고 있다. 2006년 11월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며 이사직을 사퇴했다가 지난해 5월 이사회에 복귀해 정 전 사장 퇴진을 마무리지었던 방 원장은 키스디 부임 후 미디어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데이터로 입증해내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 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이슈 리포트 결과가 과장됐다는 비판은 키스디에서 산업분석을 제일 잘하는 경제학 박사들과 연구원에 대한 모욕적 평가”라며 “원론적인 이야기로 사회·정치적 갈등만 야기하지 말고 경제분석을 통해 (방송법 개정 등이) 과연 타당한지 부당한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키스디는 ‘장밋빛 전망’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9일 ‘언론 취재요청 협조사실 보고 도입의 안’을 실장회의에서 통과시키며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 ‘도입 안’은 언론과 접촉한 사람은 ‘언론 취재요청 협조사실 보고서’를 작성해 소속 부서 상급자 및 정책홍보팀에 즉시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취재요청을 받았을 땐 “회의중이라” “과제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확인 후 연락하겠다” 등의 말로 즉답을 피하고 답변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방통위가 수시로 자료 제공을 요구해온다. 우리는 사무관뿐 아니라 과장·국장·위원장 보고자료까지 만들어준다. 키스디는 방통위의 ‘자료 제공 서포터들’이다.”(키스디 관계자) 방송규제완화·민영렙 관련 보고서
정부정책 ‘장밋빛 전망’ 홍보 열올려
내부선 “우리 연구 신뢰안해” 자괴감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키스디)의 ‘마우스탱크(입)’ 역할이 도를 넘고 있다는 비판이 뜨겁다. 키스디 내부에서조차 “우린 방송통신위원회의 연구보조원”이란 자괴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키스디는 지난달 19일 언론 소유규제 완화가 2조9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만1천개의 일자리창출 효과를 발휘한다는 ‘이슈 리포트’를 펴내며 한나라당 언론관계법 국회 통과의 정당성을 최전선에서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자료는 언론계와 학계에 의해 산출근거가 부정당하면서 ‘정부정책 홍보를 위한 장밋빛 전망’이란 비판에 직면해 있다. 키스디는 현 정부 들어 민감한 시기마다 논쟁성 가득한 정책 보고서를 적극 생산하며 정부 정책 추진을 지원하는 ‘이론적 길닦기’에 매진해왔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1월27일 한국방송광고공사의 광고판매 독점을 두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4일째 되는 날, 키스디는 민영미디어렙 도입 방식으로 ‘완전경쟁체제’가 바람직하다는 중간보고서(‘방송광고 현황 및 제도개선 방안 연구’)를 발표했다. 지난해 7월부터 한나라당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전제로 진행해온 ‘보도전문채널 및 종합편성채널 제도 연구’도 최근 최종보고서를 방통위에 대외비 형태로 넘긴 상태다. 키스디 보고서는 정부·여당이 정책 도입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전 연구가 아닌, 정책 추진을 정당화할 목적으로 활용하는 ‘정치적 도구’의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많다.
키스디 내에서도 정부의 ‘주문생산 공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키스디의 한 관계자는 “우린 정부가 원하는 대로 연구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일상화돼 있다”며 “전문가라는 우리들이 학자의 양심이 아닌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보고서를 써내고 있다”고 개탄했다. 키스디가 연구독립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데는 무엇보다 방통위와 밀착된 연구 시스템의 폐해가 크다. 방통위는 중요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키스디에 수시연구과제를 내리고, 키스디 연구원들은 과제 수행 과정에서 방통위 실무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가공해주는 등 긴밀한 ‘협조 체제’를 유지한다. 키스디 관계자는 “방통위와의 밀착 작업 구조가 고착된 현실에서는 연구 방향과 결과는 처음부터 결정돼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방통위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보고서란 애초부터 생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3개 연구기관 중 키스디의 정부 출연금이 가장 적다는 점도 키스디가 ‘물주’인 방통위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방석호 원장의 의지 또한 ‘키스디 논란’에 한몫하고 있다. 2006년 11월 <한국방송> 정연주 전 사장의 연임에 반대하며 이사직을 사퇴했다가 지난해 5월 이사회에 복귀해 정 전 사장 퇴진을 마무리지었던 방 원장은 키스디 부임 후 미디어 산업의 경제적 효과를 데이터로 입증해내겠다는 뜻이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방 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이슈 리포트 결과가 과장됐다는 비판은 키스디에서 산업분석을 제일 잘하는 경제학 박사들과 연구원에 대한 모욕적 평가”라며 “원론적인 이야기로 사회·정치적 갈등만 야기하지 말고 경제분석을 통해 (방송법 개정 등이) 과연 타당한지 부당한지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편, 키스디는 ‘장밋빛 전망’ 논란이 커지자 지난달 29일 ‘언론 취재요청 협조사실 보고 도입의 안’을 실장회의에서 통과시키며 ‘내부 입단속’에 나섰다. ‘도입 안’은 언론과 접촉한 사람은 ‘언론 취재요청 협조사실 보고서’를 작성해 소속 부서 상급자 및 정책홍보팀에 즉시 전달하도록 하고 있다. 취재요청을 받았을 땐 “회의중이라” “과제에 직접 참여하지 않아” “확인 후 연락하겠다” 등의 말로 즉답을 피하고 답변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라고 주문했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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